세상에는 쿨한 사람과 꽁한 사람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 듯하다. 쿨한 사람은 항상 세상을 쿨하게 살아간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기보다는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중요하다. 쿨하게 화도 잘 내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지적도 잘한다. 그 대신 뒤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꽁한 사람은 세상을 참 힘들게 살아간다.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한 말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항상 노심초사하다 자신의 마음을 다치기 일쑤이다. 화도 잘 못 내고 직언도 못할뿐더러 부탁도 잘하지 못한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도 못할뿐더러 궂은일은 자신이 다 도맡아 하곤 한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유해 보여도 뒤끝이 작렬이라는 단점이 있다. 화를 잘 내지 않는 대신 한 번 그르치면 평생의 인연도 끊어버린다.
나는 꽁한 사람이다. 직장에서 거의 화를 내지 않는다. 성질 같아서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참는다. 다 성인들인데 아이 대하듯 지적질을 하면 더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내가 내뱉은 말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덩달아 싫은 소리도 잘하지 못한다. 잘못한 것이 뻔히 보여도 꾹 참고 지나갈 때가 많다.
몇 년 전 같이 근무하던 보건교사와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 그 보건교사는 조금 독특한 성격이라 다른 교사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후에 우리 반 교실에 그 교사가 찾아와 엉엉 우는 것이었다. 평상시 다른 교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속상한 일이 있어서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나에게 왔겠거니 하고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가만히 안아주었다. 내심 나에게 기대는 그 교사가 안쓰럽기도 하고 내가 그만큼 편한가 보다 하고 나의 인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조금 우쭐해지기도 하였다. 그런 보건교사가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에게 화를 내면서 짜증을 부리는 것이었다. 너무 충격이었다. 얼마 전 나에게 의지하던 그 사건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어떻게 나에게 화를 낼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와 감정의 동맹을 맺은 것이 아니었나? 나는 그의 영원한 우방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 교사의 날카로움과 공격성은 동맹과 우방, 적군을 가리지 않았다.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되면 무차별 공격이었다. 그 뒤로 나는 그 선생님과 거의 말을 썩지 않았다.
오늘 또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서로 의지하고 흉허물 없이 지낼 수 있는 우방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또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자신이 조금 불편해진 것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 나는 또 상처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뒤끝 작렬의 성질 같아서는 그 사람을 안 보고 싶다. 그러나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 자신을 얼마나 학대하였나요?
나처럼 꽁하고 뒤끝 작렬인 사람들에게는 아픈 내면 아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내면 아이. 착한아이 콤플렉스라고 도 할 수 있다. 내가 나쁜 행동을 하면 버려질 것 같고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 자기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항상 타인의 눈치를 보고 나의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 자신을 얼마나 학대하였나요?' 자기 치유 프로그램에서 가슴에 와 닿은 어구이다. 이렇게 꽁한 사람들은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가 속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큰 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내면 아이를 과감히 뚫고 나가야 한다. 연습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인 양창순 작가는 거절하고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연습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친절하고 단호하게 즉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연습이 필요하다.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내면 아이에 숨지 말고, 친절하고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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