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공간에 대한 예절
유불도를 막론하고 동양의 공부법은 청소를 '쿵푸'(공부)의 기초로 삼았다. 쓸고 닦고 정돈하고... 사찰에 가보면 알겠지만 구도자들은 무엇보다 청소의 달인들이다. 티끌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하는 발우공양을 수련의 중요한 코스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컨대, 약속과 청소,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인생역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중략)
자기 팔자가 팍팍하다고 느낀다면,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마음이 괴롭다면, 다른 건 일단 제쳐 두고 먼저 점검해 보라. 내가 얼마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지를. 약속을 지키고 청소를 잘하고 있는지를. 산다는 건 별거 아니다. 시공간이 나다. 시공간과 내가 조응하는 만큼이 곧 나의 일상이다. 고로, 일상의 구원은 약속과 청소로부터 온다.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