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계획대로 되는 거 봤니?

by 세둥맘

평상시 같으면 느지막이 일어나 식구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나른하면서 약간은 지루한 보통의 토요일을 보냈을 것이다. 오늘은 친구의 제안으로 교총에서 개최하는 산행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말이 거창해서 산행대회지 한 시간이면 정상에 올라가는 동네 뒷산 둘레길 걷기 정도의 행사이다. 그래도 점심값 만원과 떡, 생수까지 주니 제법 쏠쏠하게 챙기는 재미가 있었다.


오전 아홉 시까지 등록을 해야 해서 새벽 여섯 시부터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다. 식구들 아침상을 후다닥 차려놓고 차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코로나 때문에 통 못 만났던 친구와 만나니 반가울 줄 알았는데 조금 어색한 기운이 도는 건 뭐지? 그러나 이런저런 얘기로 아줌마표 왕수다를 떨다 보니 어색함이 금방 사라져 버렸다.


어제 비가 온 뒤 맑은 하늘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진한 코발트색 하늘은 물감이 한 방울 뚝 떨어질 것 같이 맑았다. 그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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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공기와 멋진 경치를 즐기면서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들으면서 오랜만의 산행을 만끽했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공기는 상쾌했다. 우리 키만큼 훌쩍 커버린 해바라기도 둥근 얼굴로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같이 간 친구와 산행이 너무 빨리 끝나면 뭘 할지 고민하면서 오랜만의 외출을 즐겼다.


원래 계획은 산행을 한 시간 반 정도 간단하게 끝내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하면서 맛집이 문이 열기를 기다렸다가 일등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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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행길이었지만 친구가 직원들과 함께 와본 길이라고 해서 편안하게 산길을 걸었다. 그러다 산 밑에 내려왔는데 뭔가 이상한 것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와버린 것이었다. 산 중간에서 차를 주차한 아파트 방향으로 내려갔어야 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가는 길을 알아냈지만 산을 넘어서 다른 동네로 와버린 것이었다. 다시 큰길을 지나 마을을 통과해서 거의 40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한 시간 반이면 끝날 줄 알았던 산행은 두 시간 반이 넘어가게 생겼다. 슬슬 다리도 아프고 햇볕은 쨍쨍거렸다. 둘 다 길치인 우리들은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을 틀고 겨우겨우 목적지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비록 길은 잘 못 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아기자기한 시골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고추밭에는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있었고 지붕을 타고 올라간 호박넝쿨에는 호박꽃들이 활짝 펴있었다. 넓게 펼쳐진 키 큰 옥수수 밭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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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몇 시간 차 타고 엠티 온 거 같지 않냐?"

"그래, 강원도에 온 거 같아!"

"힐링되는데!"

휴대폰으로 멋지게 펼쳐진 논, 밭과 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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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벗어나 큰길을 걷고 있는데 큰 식당이 있었다. 일명 놋그릇 식당! 놋그릇에다 음식을 담아내는 식당이었다.

"와, 이 식당 맛있겠는데!"

그래도 우리는 찜해 둔 맛집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잠깐만, 나 이 식당 알아, 사람들이 이 집 맛집이래! 우리 그냥 여기서 점심 먹고 갈까?"

"그래!"

"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가는 거 보니 맛집인가 봐!"

1594540275148.jpg 식당 주차장이 꽉 찼네요. 맛집 인증!

마침 긴 여정으로 지쳐있던 차에 얼씨구 나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너무 오래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곱빼기로 주문하고 사이드 메뉴로 만두도 시켰다.

"여기 맛집 맞네! 맛있다!"

허겁지겁 그릇을 비웠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집이 아니라도 뭐든 다 맛있었을 것이다.


길을 잘못 든 바람에 조금 많이 걷긴 했지만 멋진 시골 풍경에 힐링도 하고 새로운 맛집도 찾았다. 정여울 작가도 미리 빡빡하게 계획된 여행보다는 아무 준비 없이 가서 느끼는 여행을 권했다. 비록 짧은 산행이었지만 돌발적인 상황이 만든 여유와 힐링을 느꼈다. 물론 무사히 차가 주차된 아파트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되는 게 없는 인생과 오늘 산행이 닮았다. 비록 길을 잘 못 들었지만 목적지로 바로 갔으면 못 느꼈을 시골 풍경이 주는 힐링을 경험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지만 순간순간에 충실하면서 현재에 만족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맛집을 발견하듯이 소소한 반짝이는 행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다운로드 (4).jpg 15438보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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