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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n 16. 2020

큰딸 예찬

우리 집 식구들은 남편부터 시작해서 둘째, 막내 모두 혈액형이 B형이다. 유일하게 큰딸만 A형이다. 그리고 나는 냉철한 AB형! 시크한 B형 식구들 사이에서 소심 왕인 A형이 같이 버티기는 초강력 난이도! 그래서 큰 딸은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막내에게도 치이면서 살고 있다.


내가 설거지라도 하고 있으려면 큰 딸은 자기가 하겠다면서 달려온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 나랑 같이 울고 짜는 건 큰 딸!! 둘째와 막내는 그런 우리들을 놀려먹는다. 항상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집안 일도 가장 많이 한다. 그렇지만 타고난 게으름 때문에 금방 나가떨어지긴 하지만....


큰딸은 나의 감성적이고 문학소녀적인 면을 고스란히 닮았다.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고 또 다른 사람들의 글(블로그)도 많이 읽는다. 그래서 나의 인생 상담도 많이 해주고 어떨 때는 친구처럼 통하는 구석이 많다.


큰딸은 맞벌이를 하는 나 때문에 생후 2개월에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엄마인 나는 경기도, 딸은 경북 왜관에서.... 나는 주말마다 왕복 7시간이 걸리는 길을 마다하고 가서 딸을 한 번 안아보고 왔다.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건데... 이렇게 매주 오냐! 쉬지도 못하고!'

나랑 대학교 동기인 친구가 매주 시댁에 내려오는 내가 안쓰러운지 말을 건넸다. 그때는 토요일도 출근을 하는 때여서 쉴 수 있는 건 일요일 하루뿐이었다. 어떤 때는 내려가는 기차표를 못 구해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을 걸려서 시댁에 와서는 큰 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바로 경기도로 올라가는 버스를 탔었다. 


나의 첫아기인 큰 딸이 너무 보고 싶었다. 내 아기인데도 내가 키우지도 못하는 것이 너무 슬프고 기가 막혔다. 그러면서 매주 그렇게 경기도와 경북을 왕복했다. 그렇게 애달프게 눈물로 키운 큰 딸이 이제는 스무 살이 넘은 아가씨가 되었다. 딸아! 너는 알고 있니? 엄마가 너 얼굴 한번 보려고, 너 한 번 안아보려고 그 먼길을 매주 달려간 사실을! 딸아! 속 깊고 눈썰미 있는 숙녀로 잘 자라줘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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