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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Oct 27. 2022

욱하는 엄마 길들이기

매년 학교 학부모회에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를 개최한다. 올해 연수 주제는 무엇일까? 궁금해서 보았더니 '욱하는 엄마 길들이기'였다. 애들 앞에서 욱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였기에 연수 주제를 보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다른 엄마들도 나처럼 다 욱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구나! 한편으로는 남들도 다 그렇다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욱하지 않고 다정한 엄마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우스개 말로 아들 셋을 키우면 엄마는 깡패가 된다고 한다. 딸 셋을 키우는 엄마도 막상막하다. 친구가 예전에 딸이 세 명인 친구집에 놀러를 갔더니 엄마가 신발을 던지더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직접 딸 셋을 키우는 나도 만만치 않다. 신발 뿐만 아니라 화가 났다하면 선풍기, 아몬드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상상의 나래 속에 살고 있는 다정다감하고 이성적인 엄마가 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내 자식을 남의 집 자식처럼 대하기!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도 아니었고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는 성공 스토리도 아닌 바로 그들의 엄마였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딸 넷을 키우면서 엄마는 항상 다정하였고 화를 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허구의 이야기여서 가능했을까? 세 딸들에게 욱하기를 잘 하는 나는 가슴 한 켠이 쓰려오면서 죄책감이 몰려왔다. 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  

   

어제는 중간고사를 끝낸 막내와 모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험 기간 중에는 학원이다 독서실이다 얼굴 마주할 틈도 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막내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엄마가 화내고 소리 지를 때가 제일 싫어!”

“엄마가 언제 소리 질렀다고 그래? 요즘은 화 안내는데!”

“저번에도 막 소리 질렀잖아!”

“.....”     

득도하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매번 결심을 하고 나 나름대로 실행에 옮긴다고 옮겼다. 그러나 막내에게 나는 여전히 화 잘 내고 소리 지르는 욱하는 엄마였다.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육아계의 멘토 오은영 박사의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에서는 욱하는 부모의 심리 상태를 낱낱이 분석해놓았다. 첫째, 우리들은 이성적이고 따뜻한 부모의 롤모델을 직접 보지 못한 세대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오십년만에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신 대단한 분들이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대부분 일중독자이다. 내면의 세세한 감정따위 보다는 눈앞에 척척 나타나는 성과가 더 중요한 시대를 사신 분들이다. 나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내면의 세세한 감정을 살피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목표와 성공을 향해 돌진하는 분들이셨고 자식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하셨다. 뭐든 빨리 성과를 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우리들도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데는 서툴기만 하다. 그러니까 맘대로 안되면 욱부터 한다.


둘째, 욱하는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식을 나의 소유물로 여긴다. 비록 내 뱃속으로 나은 자식이지만 나와 다른 어엿한 한 인격체인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자식이 행동하지 않으면 욱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자식이 행여 따라오지 못하면 또 욱하게 된다. 지혜로운 부모는 자식을 신이 나에게 잠시 빌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을 내 마음대로 휘두를 생각은 일찌감히 버린다. 외국의 부모들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식들에게 최소한의 부모로써의 의무만 해주고 자식에게 무언가를 받을 기대도 하지 않는다. 내려놓는 마음!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욱하지 않으려면~~


셋째, 욱하는 부모들은 자식을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대리만족 대체자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나는 비록 이모양으로 살지만 자식은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자식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동대로 하지 않으면 욱하게 된다. 반듯하게 모범생이 되지 않으면 화가 치밀어오르게 된다.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아이에게 나의 못 이룬 꿈을 투사시키는 것이다. 그때부터 엄마와 아이의 불행은 시작된다. 


욱하지 않고 다정다감하고 이성적인 엄마가 되려면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지만 나와는 별개의 인격체를 가진 하나의 독립된 인간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나의 자식이지만 내 소유물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의 집 자식처럼 내자식을 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듯하다. 남의 집 자식처럼 거리를 두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못 본척 하고, 상관하지 않는 것! 여기서부터가 출발점이다! 나는 남의 집 자식을 셋이나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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