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둥맘 Oct 04. 2023

권리와 염치

예전에 '프로민원러'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프로민원러'란 관공서에 자신의 권리를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검색만 하면 모든 지식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욱 똑똑해지고 영리해졌다. 옛날에는 어리쑥하여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는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일년 동안 쓸 수 있는 연가 일수를 확인하여 한 치의 여유 없이 탈탈 털어쓰고 내년치까지 끌어당겨 쓰는 사람이 세상을 잘 사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해야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무상급식이 처음 실시될 때는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 않고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옆 학교와 식단을 비교해서 간식이 조금이라도 덜 나온다 싶으면 바로 민원으로 들어온다. 또 옆 학교에는 알려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우리 학교에서는 왜 알려주지 않는지 바로 교무실로 전화가 온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하나라도 놓칠까봐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란 권리는 모두 누려야 직성이 풀릴 기세다. 지금 학부모를 '화난 고양이'로 비유한 표현이 생각난다. 화가 나서 털이 삐죽삐죽 쏟아있고 조금만 자극을 주면 '야옹' 울면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생채기를 낼 기세다. 


모든 사람들이 내 권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한국 병원 이용하기' 팁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널리 공유되어 있다 한다. 인터넷과 각종 sns의 발달로 누군가가 잘 정리한 지식은 천파만파로 퍼져나간다. 여기에는 지역도 나이도 국경도 상관없다. 우리가 안방극장에서 즐겨보던 드라마는 이제 바로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 상품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중국인들은 불법으로 우리나라의 드라마를 스트리밍해서 보고는 떳떳하게 드라마에 대한 감상평까지 댓글까지 단다고 한다. 발달한 인터넷을 활용해 내 욕구는 잔뜩 채우고 거기에 대한 댓가는 치르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염치'를 들었다. 이동규는 예의염치(禮義廉恥)는 나라를 버티게 하는 공직자의 네가지 덕목이라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에는 귀부터 빨개진다. 이걸 나타내는 글자가 '치(恥)'이다. 사람과 동물을 가르는 내적 기준이 이것이다. (2022.9.23. 조선일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기술은 권리와 염치의 밀당을 잘 해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발달한 인터넷과 SNS를 적극 활용해서 내 권리도 최대한 사용하고 대신 염치는 꼭 챙기는 것 말이다.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 내 권리를 적극 주장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자! 내가 염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