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4일 뒤가 아빠 생신이다.
내 생일 전 날부터
마음이 울렁거리고 겁이 덜컥 났다.
아빠 없는 아빠 생신을 어떻게 하지...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돌아가시고 첫 생신은 챙기는 거래서.
우리도 아빠 생각에 모여 촛불에 불을 밝히기로 했다.
그런데... 그냥... 대기업표 케이크로 아빠 생신을 축하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실은, 작년 아빠의 마지막 생신을 함께 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시골에서 가져온 과일을 좀 나눠주겠다고 우리 집에 들렀던
친한 언니 오빠가
우리 집에 들른 다다음 날 코로나에 확진이 되면서
(당시에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고.)
혹시나 항암 중인 아빠에게 나쁜 바이러스를 옮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빠가 잘 드셨던 우리 동네 코다리 찜을 사서,
5시간을 넘게 달려 아빠 집에 도착해서는
음식만 내려놓고, 거실 너머로 아빠에게 인사만 하고
아빠 얼굴만 바라보다 돌아섰다.
아빠는 서운한 마음을 얼굴에 감추질 못하고
괜찮다고, 먼 길 와서 그냥 가냐고... 자고 가라고 날 붙잡으셨다.
그때, 그냥 아빠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었다면 좋았을걸..
내내 후회가 되고 가슴에 남았더랬다.
그래서, 아빠 없는 첫 생신...
뭐라도 손수 해드리고 싶었다.
유튜브로 떡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열심히 알아보고,
또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실제 배운 친한 언니 도움을 받아
떡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쌀가루를 고운 채에 내리고,
물 주기를 하고,
손으로 일일이 비벼 내리는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실패하면 안 되는데....
프린트를 해서 글자를 하나하나 칼로 파고,
스텐실 하듯이 천연 색소를 흩뿌려 글자를 새겼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서야 떡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친한 언니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대 실패했을지도...
완성작은 아쉽게도 윗부분이 갈라졌다.. ㅠㅠ
심지어 종이를 치우다가 가루가 날려 엉망이 되었다.
아쉽긴 해도... 내 마음과 정성이 담긴 거니까.
ktx 역사 내 파리바게뜨에서
아빠가 정말 맛있게 드셨던 샐러드 생각이 나서 그것도 사 왔다.
함께 상에 놓고. 아빠가 돌아가시고 처음이자, 이제는 다시 챙기지 못할
아빠의 생신을 축하했다.
노래를 들을 주인공은 없는데,
가족들 한 마음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신 축하합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촛불을 껐다.
그리고 잠깐 침묵.
저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거렸다.
케이크를 잘랐다.
무지개색이 층층이 제법 잘 나왔다.
생각보다 맛도 괜찮았고.
아빠가 살아 계실 때, 솜씨 좀 발휘해 볼걸.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아빠가 정말. 정말. 보고 싶은 날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던 아빠가.
여기. 없다니.
어이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그게
우리 가족의 단골 멘트가 되었다.
죽음이라는 건 무엇일까.
그 이후의 삶은 어떠하며
이 생 너머의 세계는 어떠할까.
천국에서 아빠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계실까.
우리 가족들은...
아빠가 없는 현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산다.
그 모습 모습마다 애처롭다.
아빠의 생신날 밤.
피곤해서 먼저 잠드신 엄마의 얼굴을
가만 바라보다가 문득.
엄마가 하늘나라 가실때
이렇게 눈 감은 모습일 텐데.
생각하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나보내게 된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될 수도 있겠고.
그렇기에 사는 게...
겁이 난다. 누군가를 또 떠나보내야 한다면,
어쩌나 무섭다.
아아 보고싶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