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없는 옥상 해먹에 멍... 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아빠가 가족들에게 아픈 신음소릴 들키고 싶지 않아서 여기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빠 성격이면 그럴 만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첫 항암을 하러 가기 전이었나... 아빠가 배에 수건을 두르고 곤하게 주무시고 계시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무리 추워도 춥다 소리 한번 하지 않던 아버지가 배에 손수 수건을 두르고 계셨다는 건 정말 많은 고통을 거기 덮어두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아빠는 아빠의 방식으로 고통을 참고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을 잃고 방치돼 있는 역도기를 보니 또 눈물이 핑...
운동기구 살 돈을 아끼느라 솜씨 좋은 아버지는 뚝딱 또 이걸 만드셨었지. 아빤 이곳에서 자기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던 분이셨다. 오죽했으면 젊은 사위들 보다도 몸이 더 좋으셨었지.
이제는 낡아버린 이 기구를 그 누구도 치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치 곧 아빠가 운동하러 올 것만 같아 그 자리 그대로 두었다.
붕대로 둘둘 말린 이 아령도 아빠의 방에서 치워지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
"아이고 영감, 그렇게 갈 거 그래 운동을 열심히 했나."
엄마는 아령이 눈에 보일 때마다 아빠랑 대화를 하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가 운동을 좋아했다기보다, 살기 위해서 운동을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빠는 집 짓는 목수셨다. 가난한 집안의 둘째였던 아빠는 배우지 못해 흔히들 말하는 '노가다' 를 업으로 하였다. 하루종일 몸을 쓰고 오면, 온몸이 근육통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것을 이겨 내기 위해, 풀어내기 위해 되려 더 운동을 하셨던 걸 거라고.
몸으로 하는 알바를 다녀와서, 다음날 온몸에 근육통이 시달리다가, 집에 있는 필라테스 기구로 몸을 좀 풀고 움직였더니 한결 나았다. 그때야 비로소, 아빠가 운동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눈물 한 바가지.
아빠는 그 고된 노동을 몇십 년 동안 어찌하셨을까. 그러니 온몸의 장기들이 상하고, 인대가 끊어지고, 결국에는 나쁜 암세포 녀석들에게 당하고 말았지.
살려고 너무나도 애를 썼던 결과가, 이런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너무너무너무 안타깝다. 아빠 평생 일 년이라도 몸과 마음이 편했던 때가 있었다면 덜 속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