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안녕 아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콩 May 08. 2024

아빠가 없는, 어버이날 두 번째

오늘은 조금 늦게 퇴근했어요. 해는 어느새 길어져 7시가 되었는데도 어둡진 않더라고.


집 근처 공원 모퉁이를 돌던 때쯤이었을 거예요. 하필 오늘 바빠서 종일 외근을 하느라 어른들께 안부 전화도 못 드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친정엄마께 차례로 전화를 드리고 빨간 신호등에 멈췄을 때. 그 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춘 그 순간. 갑자기. 왈칵. 감정이 올라왔지.


아빠가 없구나. 어버이날 전화드릴 나의 아버지가 이제 이 세상에 없구나.


어쩜. 눈물은. 생각이 뇌에서 '아빠가 없다'는 문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먼저 흘러내릴 수가 있는 걸까. 싶었어요.


어젯밤 불면증으로 잠이 오질 않아서 날밤을 세운 데다 멀리 외근까지 다녀와서 몸은 지치고 눈물에 앞은 가리고.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운전해 왔는지 모르겠더라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시동을 끄고. 가만. 주르륵 눈물이 흐르는 걸 그냥 뒀어요. 슬픈 날은 참지 말아야지.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어떻게 참아. 아빠가 보고 싶은데.


나는 또 미친년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다가 또 미친년처럼 금세 눈물을 뚝하고는 쓱쓱 손으로 아무렇게나 눈물을 닦아냈지.


후~~~~


한숨을 길~게 한번 토해내고 차 문을 열고 집으로 향했어요.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생각에도 무중력 상태가 있다면 이런 거지 않을까.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그런 거라고.


입 앙 다물고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그냥 무표정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칫솔질을 하다가,

이따 아빠사진을 볼까?라고 생각 잠깐했다가 또 눈물이 또르르.


이건 뭐 vr체험도 아니고

보지도 않았는데 아빠 사진이 또 이미지로 선명히 펼쳐지더라고.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입앙 다물었어요. 그리고 눈도 꾹 눌러 감아버렸지.

조금 있다 도착한 아들 손에 작은 카네이션 화분이 들려있었어요.


 예쁜 꽃이네.


가만 꽃을 바라보다가 또 투둑.

오늘은 그런 날.


매거진의 이전글 부활절, 그리고 아빠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