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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 Jul 16. 2024

퇴사자가 준 양갱을 아침으로 먹으며 출근했습니다.

‘회사’라는 곳에 입사하여 마흔이 넘은 나이에 ‘눈치’ 밥도 먹고, ‘적응’이라는 것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밥 친구’를 떠나보낼 때인 것 같다.     


어느 집단이나, 직원 간의 협업 문제나 상사와의 갈등은 존재하는 법이고, 그것을 하소연하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 작은 집단일수록 험담이 많고, 나름의 ‘정치’ 세력도 많은 것 같다.

 

늘, 그 ‘정치’를 하는 집단은 철저하게 두 얼굴이다. 그래서 아무리 선한 집단이 아우성을 쳐 봐야, 정치집단은 공고히 그 자리를 지킨다. 


때론 저 놈이 선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렇게 재고, 믿을 놈인지 생각을 해야 하는 관계가 '회사'라는 집단이란 사실이 가끔은 소름 끼치도록 싫을 때가 있다. 


할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게 미덕이 되거나, 아부의 언어가 성과로 둔갑하는 집단도 있다. 

최소한 내가 머무는 직장이, 그런 곳이 아니길 바란다. 



마음을 준 직원 하나가, 애사심 가득 담은 원고 하나를 투척하고 사퇴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그래도 맡은 일에 열심인 직원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 번 째는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이간질과 정치질. 그리고 그것을 모르고 그 사람이 열심히 일한다 생각하는 상사와의 트러블. 몰리는 업무로 인한 잦은 야근이 주원인이었다.


사정상 회사 일 외에 추가 알바를 해야만 생계유지가 되던 그는, 잦은 야근으로 인해 추가 수입이 막히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여 칼퇴가 보장되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일하는 부서는 현재 도저히 칼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정치를 잘하는 구성원 하나 때문에 정서적으로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눈물을 머금고,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 어이없게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회사를 급히 그만두게 됐다. 


당황스러웠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 일할 곳을 알아보기 전이었기도 했고, 당장의 수익이 생계에 위협이 되어 이직을 결심한 건데, 바로 일을 그만두게 될 줄 몰랐던 것이다. 내일이라도 배달 알바를 뛰어야겠다며 마지막 출근을 한 날. 그가 내게, 밤 양갱 하나를 내밀었다.


달고 다디단 밤양갱~ 먹고 힘내랏! 


눈가 촉촉한 얼굴로, 코팅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함께 내밀면서. 


행운은 내가 자기에게 빌어 줘야 하는 건데. 회사에 남은 나에게 주네. 


우리는 마지막 점심을 함께 먹었고, 퇴근 후 주차장으로 가다가, 또 아쉬워 맥주 한 잔을 마셨다. 


퇴사한 직원들이 다 좋은 곳으로 가더라. 자기도 더 잘 될 거야. 


마음 꾹꾹 눌러 담은 말이었지만, 뻔하디 뻔한 말. 고작 그런 말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서둘러 나오느라 밥을 거르고, 운전대를 잡았다. 

몸이 천근만근이고 오늘따라 더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별이라는 것은 본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마음을 주는 것만큼, 거두는 것도 어려운 나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회사를 향해 한참을 달리다 교차로 신호에 멈춰 섰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가방 속에 넣어둔 밤양갱이 보였다. 

신호는 길었고, 

배는 고팠고,

회사를 그만둔 그가 생각이 났고,

그럼에도 묵묵히 내 갈길을 가야 하는 현실에 현타가 와서

양갱을 꺼내 입에 물었다.


다디달고 다디단 밤양갱은 노랫말만큼이나 

정말 달디달았다. 


누군가가 떠나면서 주고 간 양갱을 우걱우걱 먹으며 나는

출근한다.


쓰디쓴 빈 속에 밥 대신 단 양갱 이를 채워 넣으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밥 대신 어쩔 수 없이 쑤셔 넣고 있는 양갱이 같은 건 아닐까? 하고... 




퇴사자가 주고 떠난 양갱이는 달고 달았지만,

고픈 배는 채워지지 않았다.


뱃속이 아니라, 마음속이 텅텅 비워져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당분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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