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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쥬얼꼰대 May 11. 2019

벚꽃동네, 구례와 하동

구례하동 벚꽃길 여행!

예전에 비한다면야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휴가를 간다고 하면 주로 여름이거나, 아니면 겨울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봄이나 가을 여행을 더 좋아하는데,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몸도 마음도, 그리고 주머니도 좀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여름 휴가철의 물가란 막 씹다 버린 껌을 실수로 밟았을 때처럼 쭉쭉 늘어나지 않는가. 아, 어째 기분도 좀 비슷한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개로 그 동안 휴가를 가면 주로 여름이나 겨울에 갈 수밖에 없었던 건 순전히 나의 직업 때문인데, 많이들 알다시피 교사는 학기중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쉴 수가 없다. 실은 나도 교사가 되기 전 다른 일을 할 때는 약간 비아냥거리는 투로 교사는 방학때 실컷 노니까 괜찮지 않냐고 생각했었고 실제 많이들 이렇게 생각을 하시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각자 입장이 있으니 다같이 죽자는 거 아니면 서로 이해하며 살아야 한다!)


섬진강변에 있는 고을인 구례와 하동을 처음 접한 건 오래 전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였다. 4주간 합숙했었던 그룹연수가 끝난 후 받게 된 4주간의 계열사 연수는 출퇴근을 하도록 되어있었기에 30명 정도에 불과한 인원이었음에 불구하고 그룹연수에 비해 동기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후에 학교에서 근무하며 합숙이 아닌데도 한 주만 지나면 쉽게들 친해지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것일까, 하고 생각했었다.

여하튼, 서먹했던 우리에게도 친해질 기회가 생겼으니 바로 6명 정도씩 묶여있던 팀별로 회사의 사업장이 있던 여수와 구미까지 알아서 이동하며 주어진 미션을 달성해 나가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겪어본 인사팀 직원들은 별로 그런 구석이 없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팀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이 퍽 낭만적인 직원 한 명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바로 "이동 중 광양 매화마을에 들러 섬진강을 바라보며 재첩국과 재첩전을 먹으며 인증샷 찍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의 미션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OO번 도로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절경에 위치한 맛집에서 식사하기".. 뭐 그런 식이었다. 나는 이후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라도 이처럼 서사적인 미션을 볼 수는 없었다.

그 때 부쩍 친해진 우리는 재첩전을 먹으며 당연히(?) 미션에는 없던 막걸리도 한 잔씩 걸쳤었는데, 누구한테인가 멀지 않은 구례 하동 섬진강변의 벚꽃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초봄의 따스한 햇살 아래서 잔을 부딪히며 나중에 벚꽃 보러 오자 같이 얘기 나누던 그 때 그 동기들은 어디서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시간이 흐르며 약속은 까맣게 잊혀져 버렸건만, 섬진강 벚꽃을 보고싶다는 마음만은 쭉 간직해 왔다.


마음과는 달리, 결혼하고 나서도 위의 이유 때문에 섬진강에 벚꽃을 보러 오기는 쉽지 않았기에 이번 육아휴직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육아휴직의 좋은 점 참 많은데, 나중에 언젠가 모아서 포스팅을 할테다) 이미 와이프에게도 섬진강 벚꽃에 대해 몇 번이나 말해왔던지라 와이프도 휴가를 내고 동시에 에어비앤비로 숙소 예약까지 빛의 속도로 해결해 버렸다. 결혼 참 잘했다 싶다. 3월 31일-4월 4일까지 무려 4박 5일, 우리 세 가족 벚꽃에 취해서 돌아오리라.


*구례 하동 여행일정 정했던 나름의 팁

멀리 구례까지 갔는데 변덕쟁이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았거나 이미 떨어졌으면 매우 낭패!

구례 하동 벚꽃축제를 검색하면 축제 추진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나온다. 축제를 일부러 망칠 생각 아니면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벚꽃이 피는 시기로 축제 날짜가 잡혀있고 또 수많은 나무에 약을 친 것도 아닐텐데 귀신같이 그 때 꽃이 핀다. 날짜는 달라도 기간은 늘 금-일요일인데 우리는 정체를 피하기 위해 축제 마지막날인 일요일~목요일까지 일정을 정했다.


서울에서 구례까지 가려면 4시간 이상 차를 운전해야 하는데, 초록이가 잘 버텨줄지가 걱정이었다. 물론 중간에 조금 쉬기는 하겠지만 카시트에 몇시간씩이나 앉아있는 건 분명 고역일테니.. 심심해할까 싶어 장난감도 아예 바구니 채로 들고 탔다. 하지만..

차 안에서 잠깐 쉬는시간!
차에서 기저귀 갈때도 잇몸천사♡

다행히 순둥이 우리아들 덕분에 이동은 꽤 할만했다. 그리고 잠이 워낙 많은 나인지라 장거리 운전은 쥐약인데도 신기하게 와이프와 아들을 태우고 가니 눈이 또릿또릿해진다. 와이프가 결혼 5년만에 처음 보는 모습이라며 낯설어한다. 하긴 나도 내 자신이 놀라운걸.


다음은 숙소가 낯설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웃고 웃고 또 웃고.. 너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거니?^^

환경이 바뀔지라도 그저 웃지요^^
전라도 반찬 클라스... 벚꽃길과 구례 화엄사

애초에 여행기를 쓰려 한 건 아니기에 상세한 일정은 마음 속에 담아두려 한다. (사실 다녀온지 너무 오래되서...-_-;;) 그래도 육아휴직 덕분에 10년도 넘은 옛날부터 꼭 오고싶었던 따뜻한 섬진강 봄길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참 기쁘고 설레고, 그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기대한 만큼 벚꽃은 예뻤을까? 사실 여행지에서 기대한 만큼의 정경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정말 200% 만족스러울 만큼 사랑스러운 동네였다. 서울로 돌아온 후 열흘 정도 있으니 벚꽃이 만개했는데, 벚꽃을 워낙에 실컷 보고 온지라 '음...겨우?' 하고 코웃음이 나오는 게 부작용이었달까.

하늘이 벚꽃에 가렸다.

다음편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아빠 혼자 아기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포스팅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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