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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Dec 29. 2023

15. 멕시코 어부 이야기

행복에 관해 제게 상당히 큰 울림을 준 짧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원작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독일인 작가 하인리히 뵐이 1963년에 쓴 <노동윤리의 몰락에 관한 일화>에 나온다고 하는데요.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수정이 되어 현재는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의 주인공은 '멕시코 어부'입니다. 




(출처: 독일 칼 한저 출판사)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미국인 한 명이 휴가차 멕시코의 작은 해안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는 산책 중 만난 마을의 어부가 잡은 크고 싱싱한 참치들을 보고 감탄하며 물었습니다. 


"잡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멕시코 어부가 대답했습니다.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러자 미국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좀 더 잡지 그러셨어요? 더 많이 잡으면 좋잖아요."


멕시코 어부는 적은 양으로도 자신과 가족에게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뭐 하세요?"


"낮잠도 자고, 낚시도 하고, 애들이랑 놀기도 하고, 밤에는 마을에 가서 친구들이랑 술도 한잔 합니다.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아주 바쁘지요."


미국인이 그의 말을 막았습니다.


"사실 제는 하버드 MBA 출신입니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당신은 매일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참치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참치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어요. 그러면 더 많은 수입이 생기고 더 큰 배도 살 수 있죠. 큰 배로 더 많은 참치를 잡아 더 많은 돈을 벌면, 배를 몇 척 더 살 수도 있고, 나중에는 큰 수산회사도 세울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조그만 마을을 떠나 멕시코시티나 LA, 아니면 뉴욕으로도 이사할 수 있다고요!"


이번엔 어부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죠?"


"20년, 아니 25년 정도요."


"그 다음에는요?"


"당신 사업이 진짜로 번창했을 때는 주식을 팔아서 백만장자가 되는 거죠!"


"백만장자? 그다음에는요?"


"그 다음에는 은퇴해서, 바닷가가 있는 작은 마을로 내려와 낮잠도 자고, 낚시도 하고, 아이들이랑 놀면서 밤에는 친구들과 술도 한 잔 하시고..."


멕시코 어부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미 그러고 있는데요?"




어떠세요? 


지금 보니 이 이야기는 '경제성장(미국인)'과 '탈성장(멕시코 어부)'의 대화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모두들 소리 높여 경제 성장을 외치는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 아닌가요? 이미 지금 가진 걸로도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말이지요. 굳이 왜 더 경제가 성장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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