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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Jan 02. 2024

17. 탈성장은 공산주의가 아닙니다

혹시라도 탈성장에 관한 제 글을 읽으며 공산주의 운운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많이 진보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금만 진보적인 주장을 해도 공산주의를 들먹이는 철 지난 반공주의자분들이 워낙 많이 계셔서요. 괜한 걱정이겠지만, 오늘은 그 이야길 해보려고 합니다.


Luo Jie / China Daily


사이토 고헤이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에서 *커먼(common)이란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커먼은 '공동의, 공통의'란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인데요. 책에서는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를 커먼이라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커먼'은 미국형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소련형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라고 하는데요. 신자유주의처럼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주의처럼 모든 것을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 전력, 교육 등을 공공재로 삼아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함께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와 미국 철학자 마이클 하트(Michael Hardt)가 공동저술한 <제국>(2000년 발간)이라는 책에서 처음 제기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커먼이라는 개념을 탈성장에 대입해 보면, 지구를 커먼으로 삼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탈성장이 추구하는 목표인 것이죠.


이미 많은 유럽 국가들이 무상 의료와 교육을 보장하고 있고, 비엔나와 싱가포르는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00개 가까운 도시에서 무료로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있으며,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는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실험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런 나라나 도시가 공산주의인가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탈성장은 공산주의가 아닙니다.


생산과 분배를 어떻게 조직하여 사회적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번영은 크게 달라진다. ... 경제성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자원을 잘 분배함으로써 사회를 지금보다 번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 사이토 고헤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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