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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토 Apr 22. 2020

심심해하지는 않아요

학교 없는 4월 

둘째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학생과 담임 선생님이지만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 선생님은 심지어 아이 이름도 잘못 부르시면서, "EBS 어려워요 할만 해요?" "봄이 되면 뭐가 생각나요?" "10이 9개면 몇인지 알아요?" 등을 물어보셨다. 마지막으로 "집에만 있으면 안 움직이게 되니까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지내."라고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하루 평균 삼만 보를 뛰는 우리 둘째는 얌전하게 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공을 찼다.    


내가 과제물 받는 날 학교에 갔을 때도 선생님은, 잘 지내나요. 심심해하지는 않나요. 하고 물으셨다. 나는 아이는 잘 지낸다고, 전혀 심심해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얼마나 안 심심해하는지 시간이 아까워서 6시30분에 알람을 해놓고 일어난다. 나는 약간의 영어공부와 수학 연산1장 정도의 숙제를 내 준다. 학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시간은 넘치지만 그 숙제가 많다고 아우성이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에, 아이들은 내내 논다.    


하루종일 놀아도 놀잇감은 마르지 않는다. 얼만 전까지는 쌓여있는 레고 조각으로 미니카 만들기가 우리집 아이들 유행이었다. 온 집안에 레고가 밟혔다. 그 기분이 얼마나 별로인지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다 알것이다. 지난 주에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고부터는 재활용 하려고 내놓은 상자를 모아다가 해적선을 만든다. 나는 상자 오린 조각을 치우느라 미치겠다. 막내 유치원에서 보내준 활동 재료 중 종이 테이프가 있었는데, 그걸로 얘들은 마루에 농구코트를 긋고 벽에 골대를 그어놨다. 유치원에서 시킨 '활동'도 큰 틀에선 비슷한 거 같아 놔 두었다. 그저 이거 전셋집인데 흉 없이 떼 질지 걱정이다.        


얼마 전에 머리 감고 말리는데 늘어난 세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복직할 땐 염색을 해야겠구나. 올 봄에 팍 늙은 느낌이다. 이러고보니 학교라는 것이 부모를 위한 기관인지 아이를 위한 기관인지 헷갈린다. 초2 교과서 수준을 보면, 안 배워도 이미 알거나 살다보면 언젠간 꼭 알게 될 내용이다. 할 수만 있다면 저 나이 아이들은 몇명의 친구들을 붙여놓고 저렇게 신나게 놀기만 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하다 말았다. (개학은 해야지.) 사실 학습태도를 지켜보니, 학교에 가 있는다고 이 자식이 공부를 할 것인지 그게 의문이다. 이건 정말이지 코로나 아니었었으면 아마 영 모르고 살았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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