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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Sep 22. 2020

86. 퇴사를 했다.

2020년 9월 18일..

드디어 마음속에 항상 품고 있던 퇴사라는 걸 했다. 

요번 달 말까지 남은 연차를 다 소진하고 나니 9월 18일 오전까지 근무하는 걸로 되어 

점심시간 전인 오후 1시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10시쯤 서책임이 내 자리에 와서

"12시쯤 되면 자리 정리 깔끔하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자리를 보니 정리를 할 것들이 많았다. 

- 그동안 통에 넣어두고 수시로 먹던 새싹보리 통, 우유에 타 먹는 초코 분말

- 입사 때부터 꼬깃꼬깃 업무 내용을 적어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에 덕지덕지 붙여뒀던 포스트잇

- 3년 동안 일하면서 업무를 위해 썼던 서류뭉치들

- 탁상용 선풍기 및 각종 충전 케이블들

그래도 이 회사에서 함께한 세월들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하나하나 내 가방으로 정리하면서 깨끗해지는 내 책상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또 누군가가 또 이 자리에서 열정을 다하겠지?'

 

점심시간이 되자 그동안 3년 동안 함께 일해온 서책임님이 

"그동안 고생하셨어요."라고 말 한마디를 건넸다.

티격태격하며 업무적으로 싸울 때가 많았는데 그래도 한마디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회사 문을 나섰다. 

모든 게 끝났다는 해방감, 앞으로의 기대감과 불안함 등등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후 시간은 자유가 되었는데 막상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와이프는 자유가 된 김에 회사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골목식당에 나온 집에 밥 먹으러 가보라고 했다. 

약간 마음이 허한 터라 잘됐다 싶어 일부러 밥집으로 찾아갔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 허한 마음이 채워졌다. 밥을 두 공기씩이나 먹으며 속을 달랬다.

밥을 먹고 나와서 거리를 걸으며 하늘을 봤다. 너무 맑았다.

'하늘을 안 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그렇다. 하늘을 안 보고 산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안 났다.

맑은 하늘을 보니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 같다. 

이제 저 맑은 하늘처럼 내 마음을 싹 비우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야겠다. 

나 아직 앞으로의 길에 있어서 겁이 많이 난다. 하지만 나아갈 것이다. 용기를 품고.

용기 있는 사람은 겁 없는 사람이 아니라 '겁이 나도 이겨내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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