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컴퓨터 교사야?

선생님은 전과자

by 수리향

어차피 같은 교사라면 주요 교과인 국영수에 속해 있는 게 낫다. 기호가 없는 사람이라면 인문계고에서 국영수가 주는 안정감과 힘을 좋아할 것이다. 왜 굳이 변두리 교과로 가려고 하는 거지? 주변의 교사들 뿐 아니라 교직에 있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왜 하필 컴퓨터 교사야?


내가 컴퓨터 교사가 되고 있었던 이유는, 첫째 컴퓨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그것은 마법과 같다. 소설 해리 포터에서 헤르미온느가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하면 물건이 떠오른다. 내가 컴퓨터에게 'for i in range(10): print(i)'를 입력하면 컴퓨터는 알아서 0부터 9까지를 출력해준다. 간단한 출력문이지만 코드를 길게 쓰면 쓸수록 정말 많은 일을 해줄 수 있다. 그것은 엑셀 막일부터 새로운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둘째, 수학과 교사 문화가 주는 경직성 때문이다. 나는 당시 IT 분야에 관심이 많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많은 융합수업을 진행하였는데 그것이 동 교과 교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교'될 수 있는 '다름'은 그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게다가 입시와 연결되는 학교 생활에서 '성적'을 올리는데 적합하지 않은 나의 활동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셋째,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다. 인문계 고교에서 나와 같은 별종은 한 학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이다. 나의 경우 오랜 시간 혼자 공부하고 혼자 연구했던 것 같다. 외부에 나가면 기술가정이나 정보컴퓨터에서 아두이노와 프로그래밍 연수를 진행한다. 당시 교육청에서 이런 교사 연수를 장려하여 여러 번 참여했었는데 그때마다 만나는 나와 비슷한 교사들은 결국 다 정보 컴퓨터 선생님들이었다. 직장 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직장 내 가십 거리에도 관심 없고 교과서보다 아두이노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나는 점차 고립되어 갔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내가 아는 기술을 함께 이야기하고 그것을 매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바로 개발자로 직업을 바꾸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 가장 가까웠던 길이 컴퓨터 교사로 전과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컴퓨터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영혼을 팔아도 좋았다.


그렇게 심하게 각오를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 교사가 되는 쉬운 방법이 있는지 몰랐다. 쉬운 걸 몰라서 나는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리는 길로 가기로 했다. 어떻게 가기로 했냐고?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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