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동화집을 내며...

어른이를 위한 동화

by 수리향

브런치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세 번째 책을 낸다. 인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쇄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 같은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다니, 온라인 플랫폼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다.


사실 처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던 것이 이 동화들이다. 하지만 동화는 인정받지 않았고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아, 브런치 알고리즘이 원하는 것은 에세이구나'하고 깨닫고 바로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를 썼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로 받아들여졌다.


브런치의 단점이자 장점은 수필이 많다는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에세이들이 넘쳐나고 있고 그 와중에 소설은 찾아볼 수 없다. 소설은 이제 웹소설이나 웹툰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 것일까? 인생 에세이도 좋지만 책에서 문학책이 빠진다면 역시 앙꼬 없는 붕어빵 같다.




내가 쓰고 싶었던 동화는 '현실'이다. 얼마 전 종영한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고문영 작가가 '동화란 무엇일까' 대답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동화란 현실 세계의 잔혹성을 역설적으로 그린 잔인한 판타지예요.



나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문영 작가의 화려한 원피스도, 문강태의 작은 얼굴도, 문상태의 미친 연기도 아닌 저 한 문장이었던 것 같다.


나는 동화를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더 많이 좌절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화를 쓰고 싶었지만 동화를 쓰기 힘들었다. 현실이 이렇게 잔인하고 힘든데 파스텔 동화를 쓴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고문영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깨달았다. 내가 본 현실을 파스텔로 그려 동화를 만들면 된다. 그게 원래 동화이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분명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그것을 파스텔톤으로 그린다 한들 아름답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화로 맛본 그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아름답다. 그것은 현실일지 동화 일지... 독자들에게 답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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