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의 마녀

어른이를 위한 동화

by 수리향


옛날 옛날 왕국 작은 오두막에 작은 소녀가 살았어요.

소녀는 신기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녀가 울면 비가 오고 그녀가 웃으면 햇살이 비치고 그녀가 화를 내면 천둥이 쳤답니다. 사람들은 이 이상한 소녀를 멀리 하였지요. 소녀는 말하는 법을 잊어 갔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소녀의 소문을 들은 왕이 오두막을 찾아왔습니다.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나를 위해 비를 내려다오.”


하지만 소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화가 난 왕은 소녀를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더러운 마녀다. 상자 속에 가두어라.”


소녀를 상자 속에 가두어 납치한 왕은 상자 속 소녀의 모습을 보며 그날 비가 올 지 날이 밝을지 천둥일 칠지를 알 수 있었지요. 사람들에게는 가뭄이 마녀의 저주 때문이며 마녀를 상자에 가두어 저주가 풀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왕은 매일 상자를 보며 날씨를 맞추었고 사람들은 왕을 칭송했습니다. 왕은 더 많은 비를 뿌리기 위해 광대를 시켜 상자 속의 마녀를 괴롭혔고 마녀는 매일 상자 안에 웅크려 울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홍수가 나 곡식은 떠내려가고 나무의 뿌리는 썩고 다시 원성이 들려왔습니다.


“이제 비를 그쳐라.”


왕은 상자 속의 마녀에게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마녀는 말없이 눈물만 주룩주룩 떨어뜨렸습니다.


왕은 마녀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넣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도 울고 있는 소녀를 울고 있었고 이번에는 금은보화를 넣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울고 있는 마녀를 보며 왕은 기어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외쳤습니다.


“고집도 세구나. 그래 알았다. 널 괴롭힌 광대를 죽여 주마.”


왕은 광대의 목을 잘라 마녀의 상자 속에 던져 주었습니다. 이미 음식과 금은보화가 꽉 찬 상자 속에 숨이 막혀 있던 마녀는 광대의 목을 보자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그만 숨도 쉬지 못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마녀가 이까짓 걸로 죽다니. 상자도 못 빠져나오고 한심하다. 이건 마녀도 아니야.”


왕은 죽은 마녀의 시체를 바라보며 혀를 찼어요. 그런데 갑자기 흐느껴 우는 소리와 함께 창에서 바람이 불어와 마녀의 몸을 감싸고 주위를 어지럽혔어요. 사방이 어지러운 와중에 왕은 깨달았습니다. 마녀는 비바람을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비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는 것을요. 비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서 슬퍼하고 따라서 기뻐했을 뿐인 것을요. 비바람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인간인 소녀가 갇혀 슬퍼서 울었고 그 소리에 소녀가 슬퍼 울었단 것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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