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짓는 여자

어른이를 위한 동화

by 수리향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옷을 짓는 여자 살았어요.

옷을 짓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 여자는 주문받은 옷 말고도 자신만의 독특한 옷을 짓곤 했답니다.


나비 날개를 닮은 옷, 애벌레를 닮은 옷, 토끼를 닮은 옷, 선녀들의 옷...


'그래도 좀 더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실용적인 옷을 지으면 좋겠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짓기 위해 옷감부터 디자인까지 열심히 궁리하는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참 고왔습니다. 여인의 옷 가게는 항상 문전성시였고 주변 옷 장사들은 울상을 지었습니다.


"저 여자만 없다면 내가 만든 옷이 더 잘 팔릴 텐데..."


"옷에 저리 색을 들게 되면 내 밥그릇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난 옷에 색을 들일 줄 모른단 말이야."


"옷을 저리 알록달록하니 점점 천박해지잖아. 저건 옷이 아니야!"


사람들의 이런저런 생각들은 모이고 모여서 질시가 되었고 미움이 덩굴처럼 돋아나 마을 사람들을 휘감았습니다. '그녀만 없어지면 될 텐데...' 하지만 옷 만드는데 정신이 팔려 있던 여인은 그런 마을 분위기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답니다.


'저 색을 들이기 위해 구정물을 썼다지요?'


'밤마다 어딜 돌아다닌다는데 그거 알아요?'


'쯧쯧 행실이 저러니 아직 혼인을 못했지..'


점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역병에 걸린 것처럼 사람들은 그녀를 피하게 되었어요.


손님이 모두 끊긴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여인은 사람들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문전 박대를 당할 뿐이었답니다.


"이것 보세요. 제가 새로 만든 옷이에요. 편하고 아름다운 옷이에요."


"아니, 이건 옆집 박가네 옷을 베낀 거잖아요?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은 그녀에게 구정물을 퍼붓고 쫓아냈어요. 하지만 그녀는 몇 날 며칠 밤새 만든 옷을 빼앗긴 것이 더 서러웠어요. 그녀가 눈물을 꾹 참고 다시 옷을 짓고 있는데 박가네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어요.


"이번에 내가 지은 옷이야. 보시게,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인데 편하고 값도 저렴하다네. 내 애민정신으로 어찌나 열심히 이 옷을 지었던지..."


"어머 세상에 너무나 잘 만드셨어요. 역시..."


그것은 그녀가 빼앗긴 그 옷이었어요. 사람들은 그녀가 비틀비틀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더 크게 웃으며 떠들었어요. 그녀는 그 길로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김가네 어르신네 마을에 자리가 있다고 했지. 일단 그리로 가자."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다른 마을 여기저기에 그녀에 대한 악한 소문을 내기 시작했어요.


'행실이 좋지 못한데 이 마을에 오면 어쩌려고...'


'옷도 변변치 못한데 잘난 척은 또 어찌나 하던지...'


결국 모든 마을에서 쫓겨난 그녀는 신발이 너덜너덜해질 때쯤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 도달했어요.


"아 저번에 옷감을 문의하던 그 처자로군요."


"아 그때 만든 옷은 그만...."


눈물을 삼키던 여인은 그 마을에 걸려 있던 색색깔의 옷감들을 발견하고 놀랐어요.


"이곳에는 산속 깊은 곳이라 옷감에 물을 들일 수 있는 재료가 많답니다. 마침 새로 뽑은 색들을 말리고 있어요. 편하게 보세요."


"와, 여기는 신세계네요."


전보다 손이 부르트고 몸은 고되고 밤을 새우는 일도 더 많아졌지만 그녀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배우고 일했습니다. 투박한 마을 사람들은 점차 그녀의 열의를 보고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가게를 열 수 있었습니다.


한편, 그녀를 쫓아낸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만들었던 옷들을 따라 하려고 별짓을 다해보았지만, 만들어 본 옷만 만들 줄 알았던 그들 중 누구도 제대로 그것을 따라 하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멀리 떨어진 마을에 새로운 옷 가게가 열렸는데 그곳이 문전성시라는 소문이 들려와 배가 아팠습니다.


"왜 이리 장사가 안 되냐고? 그년도 갔는데"


"그 애 때문에 그동안 장사가 잘 되었던 것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점차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은 결국 못 이기는 척 그녀가 다시 돌아오도록 사람을 보냈어요.


"나 기억 하나? 나는 저 윗마을에서 왔는데 처자 옷 가게 여러 번 갔었는데..."


그즈음 그녀의 주위를 얼짱 거리며 눈치만 보는 이들이 지겨워 그녀는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어요.


"자네도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아주머니, 저는 다시 돌아가지 않아요."


"자네를 괴롭히던 박가네는 우리가 쫓아냈다네. 사람은 고향에서 살아야..."


"고향은 그 사람이 태어난 곳이 아니에요. 그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고 살고 싶은 곳이지요. 저는 그런 곳을 이미 찾았어요."


그녀는 어느 때보다 밝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기가 제 고향이에요."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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