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자님

어른이를 위한 동화

by 수리향


"거울아 내 얼굴은 왜 이리 쭈글 거리는 거지?"


왕자는 거울을 보며 투덜거렸어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주름이 진 그 얼굴은 그를 왕보다도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었지요.

항상 모두에게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 그의 직업 상 이건 크나큰 죄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자님은 모든지 다 가질 수 있는 분이잖아요. 가장 아름다운 피부를 얼굴이 붙이면 되죠."


이 세상 어디든 누구든 비출 수 있는 마법의 거울은 그에게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소녀를 보여주었어요.

초라한 옷을 입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하얗고 생기 있는 피부의 그녀는 예쁘지 않아도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저 소녀의 피부를 가질 수 있다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왕자는 소녀가 역병이 앓고 있다는 소문을 퍼트렸어요.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집안에 홀로 갇혀버린 그녀는 외로움과 배고픔에 떨고 있었습니다. 왕자는 백마를 타고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내가 너를 구해주지. 피부가 없으면 다 해결될 거야."


왕자는 그녀의 피부를 벗겨 자신의 얼굴에 씌웠어요. 희고 아름다운 피부를 가지게 된 그는 이제 분을 바르지 않아도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 역병은 다 나은 건가요?"


"그럼"


하지만 왕자는 소녀가 역병에 의해 피부가 벗겨져서 추하게 되었다는 소문을 퍼트리고 왕궁으로 돌아갔습니다.


왕궁에 온 왕자는 가장 먼저 먼 이웃나라에서 온 대사를 접견합니다. 그의 반짝이는 환한 얼굴을 보고 대사는 감탄을 터트리며 악수를 청하다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오 왕자님의 얼굴에 빛이 나는군요. 근데 손은 왜 이리 못생기고 쭈글 거리나요?"


왕자는 낯빛이 어두워졌습니다. 대사의 환심을 사야 다음 왕위에 가까워질 텐데... 왕자는 급히 거울에게 돌아가 다시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손을 가진 이는 누구지?"


마법의 거울은 단번에 하얗고 통통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손을 비추었습니다. 그것은 아기의 손이었습니다. 누구든 잡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그 손을 바라보며 왕자는 눈을 반짝였습니다.

얼마 후 왕자는 보석이 주렁주렁 박힌 팔찌를 들고 아기를 찾아갔습니다.


"사랑스러운 손을 가진 이 아이에게 내리는 선물이오."


"오오 감사합니다."


아기 엄마는 감격해서 팔찌를 받아 아기의 손목에 걸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손을 흔들 때마다 팔찌의 보석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아기 엄마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에게서 팔찌를 빼려고 했지만 팔찌는 이상하게 아기의 손목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백마를 탄 왕자가 나타났습니다.


"내가 해결해주지."


왕자는 아기의 손을 잘라 자신의 손 대신 팔에 붙였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손을 가지게 된 왕자는 흡족해하며 울부짖는 아기 엄마에게 황금을 남긴 채 급히 왕궁으로 돌아왔습니다. 왕궁의 모든 사람들은 왕자의 사랑스러운 손을 잡기 위해 너도 나도 손을 뻗었습니다. 왕자는 행복했습니다. 이제 다음 왕위는 자신의 것이라는 자부심이 가슴 깊이 차올랐습니다.


"이제 내 후계자를 정하려 한다."


왕은 여러 명의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에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하얀 얼굴과 사랑스러운 손을 가진 왕자를 지목합니다. 하지만 아기 때보다 사랑스러운 손과 뽀얀 피부라니... 왕은 뭔가 꺼림칙했습니다.


"왕국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들이 있다. 모름지기 왕은 백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된 일을 바로 잡아야 하는 법. 여기서 두 가지 사건을 가장 현명하게 해결하는 이를 후계자로 선정하겠다."


아름다운 왕자는 굳이 이런 시험이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어차피 그동안 왕궁 안팎의 대부분의 궂은일은 그의 손에서 해결되었기 때문에 왕위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내가 풀지 못한 문제는 없었는데 뭘...'


왕자는 자신 있게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피부를 잃어버린 소녀이다."


왕자는 숨이 턱 막혔습니다. 바로 그가 피부를 벗긴 후 역병에 걸렸다는 소문 속에 던져둔 그 소녀였습니다. 그녀는 피부가 벗겨진 붉은 얼굴에서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진물을 줄줄 떨어 뜨리며 왕궁의 비싼 카펫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왕자는 급히 외쳤습니다.


"저 소녀는 역병에 걸렸습니다. 그 역병에 걸리면 피부가 저렇게 됩니다. 모두 피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동요하며 소녀를 더러운 것을 보는 듯 멀리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녀는 역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울고 있는 소녀를 부축해서 왕궁까지 데리고 온 양치기 소년은 담담히 외쳤습니다.


"역병이라면 저도 병에 걸려야 하지만, 제가 이곳까지 소녀를 데리고 오는 동안 저는 한 번도 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얼굴이 어찌 저리 처참하게 벗겨졌단 말이오?"


사람들의 웅성임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왕자라는 사람이 저를 속이고 제 피부를 벗겨갔어요!"


소녀가 절규했습니다. 다행히 소녀는 그녀의 피부를 뒤집어 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지 왕자를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왕자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다른 왕자들 모두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으므로 사건을 어차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왕자는 이 사건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기다렸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손을 잃어버린 아기이다."


손이 잘린 아기를 안고 들어온 엄마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왕자를 대번 지목했습니다.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이 우리 아기에게 딸랑이를 선물하고 손을 잘라 갔어요."


"왕자가 분명한가?"


"네 제 생전에 저렇게 하얗고 아름다운 피부를 지닌 사람은 처음 보았는 걸요. 그때는 손이 쭈글쭈글했는데 이제는 손이 아기처럼 변했군요. 아아 내 아기의 손을 잘라서 자기 손으로 삼다니..."


아기 엄마는 왕자의 손을 보고 놀라고 비통하여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커다란 홀 안에는 기절한 엄마가 안고 있던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습니다. 손이 없는 아기는 엄마의 기절한 얼굴을 만지며 깨우려 했지만 핏자국만 생길 뿐 엄마의 얼굴을 만질 수 없었습니다. 그 슬픈 모습에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찌 이렇게 참혹한 짓들을 저지른 것이냐..."


사람들을 돌아가게 한 후 왕은 왕자와 독대하며 참담한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왕자는 억울해하며 외쳤습니다.


"모두 아바마마 때문입니다! 왕국의 모든 일은 다 제가 하는데 왜 저에게 왕위를 물려주시지 않으신 겁니까? 저는 오직 왕이 되기 위해서 이리 한 것입니다."


하얀 얼굴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아름다운 손으로 눈물을 닦는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왕은 더 이상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는 왜 왕이 되려 하느냐?"


"왕이 되면... 왕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아니 제가 왕국과 왕국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니까요."


"그래 왕은 왕국과 왕국의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근데 너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쉽게 다른 사람을 해하고 불구로 만들었단다. 너는 유능하지만 그 욕심 때문에 왕궁의 모든 사람들을 너의 욕심을 위한 희생량으로 만들겠구나. 그런 사람은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왕은 눈물을 흘리며 왕자를 잡아 피부를 벗기고 손을 떼어낸 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피부와 손을 되찾은 소녀와 아기는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소녀와 함께 온 용감하고 현명한 양치기 소년은 왕궁에 남아 왕자 대신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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