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속의 임금님

어른이를 위한 동화

by 수리향


임금님은 오늘도 세상을 바라봅니다. 병풍 속에 숨어서...

언제부터였을까요? 아마 사람들이 벌거벗었다고 수군대던 때부터였을까요?

혼자서 옷을 입을 줄 몰랐던 임금님은 자신이 옷을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지금 옷을 입지 않았으면 어쩌지?"


매일같이 걱정하던 임금님은 결국 자신의 주변을 병풍으로 가리고 병풍 밖에는 매일 자신의 가장 멋진 옷을 입은 초상화로 그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멋지고 인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제 사람들이 나를 보며 감탄하겠지?"


임금님은 병풍 속에서 몰래 춤을 추며 병풍을 뚫어 바깥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근데 사람들은 몰래 바깥은 훔쳐보는 그 모습을 보았는데 깔깔 웃으며 그를 놀리고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화가 나서 병풍 제작자를 불렀습니다.


"병풍에 해가 들어 임금님의 그림자가 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해가 통과할 수 없게 병풍을 좀 더 두껍게 하면 됩니다."


더 두껍고 커진 열두 폭 병풍의 사방에는 임금의 가장 멋지고 인자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담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그의 가장 멋지고 인자한 모습만 보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모두 임금님의 모습에 탄복하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병풍은 이제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져서 바깥을 볼 수 없었던 임금님은 바깥소리라도 듣고 싶어 병풍에 매일 귀를 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정말 그의 멋진 모습에 탄복하고 정말 좋은 임금님을 두었다고 칭송했습니다. 임금님은 기뻐하며 화가와 병풍 제작자에게 큰 상을 내렸습니다. 병풍은 점점 크고 견고해지고 제작자들의 수는 점점 많아졌습니다.


"살려주세요!"


어느 날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히 신하들이 와서 임금님께 아뢰었습니다.


"홍수가 나서 아기 토끼의 엄마가 물에 빠져서 급히 구해주었습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임금님은 칭찬하며 상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병풍 밖에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병풍 제작자와 신하들은 발로 뛰고 해결하였고 임금의 신임을 얻었고 임금님은 그들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병풍 안에만 있던 임금님은 바깥이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어떤가?"


"태평성대입니다. 궁금하시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신하들은 뛰어난 풍경화가를 불러 12폭 병풍 안쪽에 한 장면씩 그림을 그리게 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동물들, 갈등이 생기면 임금님의 현명함에 갈등이 해결되고, 마음에 쏙 드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갈등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세상에는 적절한 갈등이 필요합니다. 저희만 믿으십시오."


그렇게 병풍 속에서 그들이 매일 그려준 풍경만 바라보던 임금님은 어느 날 임금님은 평복 차림으로 몰래 바깥에 나갔습니다. 어디선가 본 청사진이 빛에 바랜 채 바람에 흩날려 그의 발밑에 떨어지고 얼마 전 살려 달라고 외쳤던 토끼가 울고 있었습니다.


"너는 엄마가 홍수에 떠내려가서 울었던 아기 토끼 아니니? 물에 떠내려간 엄마가 구해졌을 텐데 왜 울고 있니?"


"네? 저는 아기도 아니고 엄마가 홍수에 떠내려 간 적도 없습니다. 이미 분가해서 살고 있고요. 다만 홍수에 땅이 떠내려가 집을 잃어 갈 곳이 없어 울고 있습니다."


"그럼 왜 임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니?"


"이미 저 말고도 여러 동물들이 갔다가 인자한 임금님의 얼굴만 보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나라가 이런데 여전히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고요. 근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내가 바로 임금이다."


"거짓말. 제가 본 임금님과는 정말 다른데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임금님은 급히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병풍에 그려진 위용 있는 임금님과 그를 둘러싼 신하들이 때문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진짜이고 병풍에 그려진 저 임금은 가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병풍에 그려진 임금의 얼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신하들에게 그는 병풍 속에만 있는 존재이고 이미 그의 왕국은 병풍에 그려진 초상화가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으니까요.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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