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석탄

어른이를 위한 동화

by 수리향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엄마와 아들이 살고 있었어요.


엄마는 아들을 많이 많이 사랑해서 더운 날에는 잠이 들 때까지 부채를 부쳐주고 추운 날에는 가장 따뜻한 곳을 아들에게 내어주고 자신을 가장 얇은 이불을 덮고 한 데에서 잠이 들었답니다.


아들은 청년이 되고 인구가 많아 포화상태가 된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어요.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아들이 걱정되었던 엄마는 밭에 나가 채소를 길러 시장에 판 돈을 아들에게 조금씩 돈을 부치곤 했답니다.

아들은 한사코 싫다고 했지만 엄마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결국 답례로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조금씩 부쳐주었어요. 더운 날에는 시원한 과일이 오기도 하고 겨울에는 그 마을에서만 나는 귀한 석탄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우리 아들이 보냈어, 아들이 보냈어. 아들이 오면 써야지' 하고 할 뿐 보내온 것들을 쓰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마을 사정이 점점 좋지 않아 져서 엄마는 아들에게 점점 돈을 부치기 어려워졌답니다. 시장에 나가 팔던 채소도 이웃 마을에서 온 채소에 밀려 팔리지 않았고 아들에게 보낼 돈이 없어진 엄마는 화가 나 해님에게 빌었어요.


"해님, 이웃마을이 채소 시장을 빼앗고 있어요. 이웃마을에 해가 들지 않게 해 주세요."


엄마의 간절한 소원이 해님에게 닿았던 것일까요? 마을은 점점 해가 많이 들어 밭은 풍작이고 이웃 마을의 논과 밭은 말라서 울상이었어요. 이웃 마을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았던 엄마는 더 신이 났습니다.


"구름님, 이웃마을은 예전에 우리 마을에 홍수가 났을 때 막 비웃었답니다. 그들에게도 홍수를 내려주세요."


신기하게도 엄마의 바람대로 이웃마을은 그 해 여름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고 엄마의 밭에 난 채소는 점점 높은 가격으로 팔리게 되었답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어요. 아들은 답례로 엄마에게 질이 좋은 석탄을 보내왔답니다. 해가 잘 들어 그 해 겨울 석탄이 필요 없었던 엄마는 아들이 보내온 석탄을 계속 계속 쌓아 두었어요. 아들은 석탄을 계속 보내오고 엄마 집의 창고가 꽉 차고 흘러넘쳐도 엄마는 아들이 올 때 써야지 하면서 뿌듯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들이 보내오던 석탄이 오지 않고 아들 소식도 감감해졌어요. 아들 소식이 궁금했던 엄마는 그동안 벌은 돈을 털어서 아들의 소식을 알아 오도록 심부름꾼을 사서 보냈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심부름꾼은 수레에 관을 싣고 돌아왔어요. 엄마가 관을 열어 보니 그곳에는 꽁꽁 얼은 아들의 시신이 들어 있었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아드님이 있었던 마을은 무척 추운 지방이었는데 올해 가뜩이나 해가 들지 않고 비가 많이 와서 작물도 잘 자라지 않아서 결국 얼어 죽었다고 합니다. 이웃의 말로는 홍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아드님이 있는 돈을 모두 석탄을 사는데 썼다고 하네요. 자기도 이렇게 추운데 고향에 있는 어머님이 추울까 걱정된다고..."


심부름꾼은 창고에 쌓인 석탄과 아들의 차가운 시신을 번갈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엄마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빈 소원이 결국 내 아들을 죽였구나..."


소중한 아들의 차가운 몸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오열하던 엄마는 방 안으로 들어가 아들의 시신을 방안에 뉘이고 아들이 보내온 석탄을 태우기 시작했어요. 집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이글거리고 숨이 막힌 심부름꾼과 이웃들은 놀라서 멀리 피신했지만 엄마는 아들 옆에서 꿋꿋이 모든 석탄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닿았던 것일까요? 꽁꽁 얼은 아들의 몸이 점점 녹으며 따뜻해지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아들의 시신이 탈까 두려워 자신의 몸으로 꼭 안고 죽어갔답니다.

다음 날 새벽, 석탄이 모두 타 재가 되고 점차 식어 가는 집 안에서 아들은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습니다. 타다 남은 집과 아직도 그를 꼭 안은 채 까맣게 그을린 엄마의 시신을....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