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달나라에는 마녀가 살고 있었어요.
마녀는 심심할 때마다 인간 세상을 바라보곤 했어요. 인간 세상은 항상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슬프고 북적북적해서 마녀가 심심할 틈이 없었답니다. 그중 가장 시끄러운 나라는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였는데 두 나라의 왕과 여왕은 서로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어요. 오래전 전쟁에서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의 왕들끼리 싸우다 죽었기 때문이죠. 백성들은 그 아픔이 서로 잊어 가고 있었지만 왕과 여왕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일을 끄집어내며 서로 미워서 안달이 났어요.
"이번 홍수는 다 동쪽 나라 왕 때문이다. 그가 구름을 종용해 서쪽 나라에만 오도록 했음이야."
"이번 가뭄은 다 서쪽 나라 여왕 때문이다. 그녀가 구름을 이간질해서 동쪽 나라에 오지 못하게 했음이야."
귀족들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했습니다.
"가만히 당하지 말고 달의 마녀에게 빌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동쪽/서쪽 나라가 망하게 해 달라고요."
왕과 여왕은 좋은 생각이라고 끄덕이며 매일 같이 달님을 보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동쪽/서쪽 나라가 고통받고 망하게 해 주세요."
얼마나 간절하게 빌었을까요? 달의 마녀는 처음에는 이 말을 무시했지만 점점 귀가 따가워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마녀는 정원에서 기르던 붉은 꽃을 따서 그 꽃가루를 인간 세상에 뿌리며 말했어요.
"그래, 그렇게 소원하니 너희 둘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노란 꽃가루는 하늘하늘 날아서 소리 없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갔답니다. 사람들은 에취 에취 기침을 하면서 외쳤어요.
"너 서쪽 사람이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군!"
"동쪽 나라 사람이라 냄새가 나나? 내 가게에서 썩 꺼져!"
"다 동쪽 나라 때문이야!"
"서쪽 나라가 서쪽 나라 했군!"
동쪽 나라 사람들과 서쪽 나라 사람들은 서로 쥐어뜯고 침을 뱉고 미워하고 싸우기 시작했어요. 왕과 왕비는 백성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행복했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동쪽 나라 사람들도 서쪽 나라 사람들도 점점 불행하죠 갔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서로 때문이라 탓하느라 깨닫지 못했지요한편, 동쪽 나라 공주는 걱정이 되었어요. 그녀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좋아해 치료사가 되었는데 이번 저주는 어떠한 약도 어떠한 처방도 듣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서쪽 나라에서 사과 무역을 끊어 버렸습니다."
"정말 파렴치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무역을 끊어 버려야 합니다."
"이게 다 서쪽 나라 탓입니다."
입만 열면 서쪽 나라 욕만 하는 왕과 신하들을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어요.
"욕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데 저렇게 열렬히 남 탓만 하면 우리나라가 더 잘 살게 되는 걸까..."
어차피 동쪽 왕궁에서 그녀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았으니 서로 미워하지 말라고 말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답니다. 오히려 그녀가 서쪽 나라 여왕의 저주를 받았다는 이상한 오해만 불러일으켰지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자 공주는 결단을 내렸어요.
"그래,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봐야 소용없고 직접 달의 마녀를 찾아가 저주를 풀어 달라고 이야기하자."
서쪽에 뜬 달을 바라보며 공주는 결심했어요. 그렇게 동쪽 나라 공주는 달의 마녀를 찾아 여행을 떠났답니다.
TO BE CONTINUED
마녀의 꽃가루 1화 https://brunch.co.kr/@soori/9
마녀의 꽃가루 2화 https://brunch.co.kr/@soori/36
마녀의 꽃가루 3화 https://brunch.co.kr/@soori/38
마녀의 꽃가루 4화 https://brunch.co.kr/@soori/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