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공주가 저주를 풀기 위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동쪽 왕은 격노하여 공주가 서쪽 나라 여왕의 나쁜 저주에 걸려 서쪽 나라로 떠났다고 소문을 냈습니다. 공주는 변장을 한 채 자신에 대한 못된 소문을 배경 삼아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얼마나 갔을 까요? 눈이 오는 거리를 푹푹 걸으며 공주는 점점 지쳐갔어요. 사실 가장 그녀를 지치게 하는 건 나쁜 동쪽 나라 공주에 대한 소문이었고,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그 소문의 진원지가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이었습니다.
"이게 다 왕 때문이야.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야. 엉엉"
공주도 점점 마녀의 꽃가루에 잠식되어 가는 것 같았어요.
얼마나 걸었을까요?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화기애애한 말소리 그리고 따뜻한 불빛이 그녀 앞에 나타났어요. 공주는 홀린 듯 창밖에서 가족들이 화목하게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앗, 할머니 예쁜 눈사람이 창밖에 서 있어요."
가족들은 눈사람이 되어 가는 공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그녀를 안으로 들였어요. 그곳에는 공주에 대한 이상한 소문도 서쪽 나라에 대한 욕도 없이 그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모습만 가득했답니다.
"어떻게 이곳은 마녀의 저주를 받지 않은 건가요?"
따뜻한 화롯불에 몸을 녹이던 공주가 물었어요. 그러자 손자가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할머니께서 마녀의 저주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러고 보니 가족들은 모두 색색깔의 마스크로 자신의 코와 입을 가리고 있었어요.
"우리 가족들은 서쪽 나라 사람들과 동쪽 나라 사람들이 섞인 다국적 가족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오. 내 자식들과 손주들이 싸우는 모습이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할머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했어요. 손주들은 그런 할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답니다.
"지혜로운 할머니, 저에게도 마스크를 나누어 주세요."
할머니는 한 땀 한 땀 만든 마스크를 공주에게 씌어 주며 말했어요.
"이제 밉고 아픈 말 대신 예쁘고 고운 말만 할 거예요."
그 말이 주문처럼 공주의 입에 박혀 더는 나쁜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았어요. 따뜻한 마음을 가득 채운 공주는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어요.
TO BE CONTINUED
마녀의 꽃가루 1화 https://brunch.co.kr/@soori/9
마녀의 꽃가루 2화 https://brunch.co.kr/@soori/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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