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기보다 자신을 보여준다
<나는 솔로> 애청자다. 최근에 모태 솔로들이 나오는 기수가 있었는데, 이 기수에 유독 두드러진 특징이 있어 보였다.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누구에게 더 관심이 있는지, 자신은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포지션인지를 확인하는 메타적인 차원의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큰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자꾸 나는 어떤지를 묻는다. 자신에 대한 인상을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지를 계속 물어봐야 첫인상에서 나온 판단(호/불호 또는 무관심)이 크게 바뀔 수가 없다. 그러니 긍정적인 대답을 못 받는 경우 빠르게 다른 사람과의 데이트를 노린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더 짧게 남았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지를 알아야 올인을 할지 말지 정하기 때문에 또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계속 미끄러져 나간다.
반면에 그 안에서도 커플이 되어가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들은 자꾸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저 내가 당신에게 호감이 있으니 열과 성을 다해서 자기를 보여주고, 그 모습이 그 사람에게 닿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했을 때의 장점은 그 사람이 나에게 갖고 있는 첫인상을 고착화시키는 질문("나 어떻게 생각했어요?")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가 있다는 기회를 만든다는 점이다. 그 사람에게는 호감을 사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내 보임으로써 상대방이 주변 동성들에게 대신 어필("이야기해 보니 사람 괜찮더라~")을 해줄 수도 있다.
5일여간의 한정적인 시간 동안 자신이 올인할 상대방을 정하지 못하면 끝내는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두려울 수 있다. 또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 나와서 까지도 커플을 못 만드는 자신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마음이 급해진 탓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솔로 안에서 꼭 인연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본인을 열심히 어필해서 바깥에서의 인연을 기대하는 건 어떨까? 조금 마음이 급하더라도 본인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나는 솔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와이프에게 고맙고, 결혼을 일찍 해서 참 다행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