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회사생활의 낙
여름이 되면 숨어있던 취향이 고개를 슬며시 내민다. 바로 산미 있는 원두로 잘 뽑은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욕구이다. 더워지는 날씨에 쓰고 텁텁한 커피보다는, 산미 있는 커피의 쨍함과 상쾌함이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듯한 그 청량함을 찾게 된다. 아무래도 이런 맛은 겨울보다는 여름이다.
회사원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커피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쓴 맛의 검정물을 왜 마시는지, 비싼 돈을 주고 먹는 게 이해되지 않았더랬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커피를 마시려면, 다들 ’아아‘를 선택해도 다른 음료 종류가 아닌, 그나마 커피 중에서 고르려는 의지로 혼자 라떼를 주문하곤 했었다. (요즘은 메뉴 통일이 강제되는 시절은 아니긴 해 보인다.) 회사에서 자주 마시는 기회가 생기다 보니 점차 입맛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제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하루 커피 두 잔은 기본이다. 혹자는 현대인의 ‘스팀팩’(본인의 에너지를 고갈시켜서 단기간 더 큰 에너지를 내는 일종의 각성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래.)라고도 하지만, 분명히 취미로 즐기기 좋은 기호 식품이기도 하다.
산미 있는 커피를 고르는 데 있어서 주의할 점은, 원두를 잘 관리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우리나라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접하기 쉬운 적당히 쓰고 고소한 정도의 원두가 잘 팔린다. 호불호의 차이가 적다고 해야 더 맞을지도 모른다. 반면 산미 있는 커피는, 한번 정도는 쇠를 빨아먹는 듯한 이상한 맛을 봤던 기억 때문에 꺼려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한 산미는 원두가 산패되었거나 잘못 추출해서 생기는 맛이다. 신선한 원두로 잘 추출한 산미는 정말 맛이 있다.
동료들과 카페를 가면 산미 있는 원두로 아메리카노를 자주 시키기 되는데, 산미 원두를 선택하는 모습에 흥미로워하면 다음 설명을 곁들이기도 한다.
“소고기도 고기가 신선하면 덜 익혀도 맛있죠. 커피 원두도 약하게 볶아야 산미가 유지되는데, 약하게 볶아도 괜찮기 위해서는 원두 자체가 신선해야 해요. 또 약하게 볶으면 보관을 길게 못하는 단점도 있어요. 그렇다 보니, 많은 카페들은 원두가 좀 오래됐어도 강하게 볶아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감추려고 해요. 보관도 길게 할 수도 있고요. 대신 강하게 잘못 볶으면 쓰고 탄 맛이 강해진다고 해요.“
아쉬운 점은 산미 커피는 캡슐이나 드립백으로는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신에 커피가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얼른 내일 아침이 되어 커피를 또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