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을 들쑤시고
온몸을 죄 흔드는
바람이 불어와도
파도가 덮쳐와도
설령 내가 걷는
이 길이 흔들려도
나만은
결코 나만은
흔들리지 않으리라
꿋꿋이 걸어가리라
허나 가슴을 할퀴는
그 낯익은 냄새엔
울컥하고 마는 것을
지난 밤의 폭우 걷히고
포시랍게 식은 햇살
그 애틋한 낯 아래선
떠오르고 마는 것을
그럼에도 나만은
모조리 쓸려가고
낱알로 흩어지고
설움에 녹아내려
살갗이 부르터도
이 길을 걸어가리라
걸어가야만 하리라
길은 거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그러니 나는
파도 치는 숲의 내음과
녹슬어버린 날개의 빛을
잊지 않으리라
잊지 않으리라
잊지 않기 위해
한없이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