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깨엔 하루의 시름과
풍요로운 고요가 매달려 있고
노을에 정수리가 빛나고
목덜민 바짝 선 솜털이 보여
감은 눈은 무얼 헤집고 있는지
문득 생생한 호기심이 들다가
지난 여름의 수풀을 떠올려
함께 걷던 천변의 벚나무길도
사람들은 작은 네모에 잡아먹혀
그건 꿈 속 괴물인지도 몰라
난 마음 속 세모에 언제나 찔려
어쩌면 카멜레온이 되고 싶었나봐
변한다고 해서 남달라지는 건 아냐
그렇지만 우린 늘 변하고 싶었지
다른 계절을 걷고 다른 말을 쓰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속은 채로 삶을 갚지
그 모든 게 이 커다란 네모칸 속에
잎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흔들리고
주위엔 모두 목소리 없는 괴물들뿐
근질거리는 손으로 눈가를 가렸어
설핏 기대어 본 네 둥근 어깨에
절벽에 매달린 듯한 기분은 하얘
넌 아틀라스처럼 힘겨운 낯을 짓고
도시는 우리를 통과해 멀어져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