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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May 02. 2024

손목 힘을 빼야 스윙이 빨라진다

테니스 코치로서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하나를 꼽으라면 '손목 힘 빼세요'다. 다른 기술과 달리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기술이어서 테린이 뿐 아니라 구력이 어느 정도 되는 동호인들도 애를 먹는 부분이다. 코치들 사이에는 손목 힘 빼는데 3년이 걸린다는 속설까지 있다. 라켓의 위치, 중심 이동, 팔 동작 등은 코치가 보여주는 대로 따라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섬세하게 조정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손목 힘을 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일부고 결국 스스로 해내야 하는 기술이다. 제대로 된 빠른 스윙을 가능하게 하고 손목 부상까지도 방지할 수 있는 손목 힘을 빼고 스윙하는 법을 알아보자.




테니스는 힘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


레슨을 하다 보면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홈런을 치는 분들이 종종 있다. 힘이 부족한 회원들이 입장에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파워 테니스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스윙으로 홈런을 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테니스에서 힘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하나는 라켓을 잡는 손의 힘이고, 다른 하나는 라켓을 드는 손목의 힘이다. 간혹 이 두 힘을 헷갈려하는 분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다른 힘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힘 모두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손의 힘을 잠깐 살펴보자. 테니스 레슨 영상들을 보면 코치들이 다섯 손가락이 아닌 세 손가락이나 두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고 포핸드를 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그립은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지 힘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개 오버 그립으로 감이 놓았기 때문에 살짝 쥐기만 해도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가 된다. 손의 힘은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반대로 손의 힘이 지나치면 그것이 손목에도 긴장감을 전달하게 되어 좋지 않은 스윙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손목 힘을 뺀다는 것은 뭘 말할까?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내가 강조하는 것은 손목 자체에 신경 쓰기보다 어깨와 팔을 이용해 손목을 필요한 위치로 이동하면서 스윙하는 것이다. 예를 유닛턴을 하면서 어깨를 돌리면 손목이 머리 뒤쪽으로 빠지게 된다. 그리고 팔을 내리는 동작을 하면 손목도 자연스럽게 따라 내려온다. 이런 모습은 아래 연속 동작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윙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손목 힘을 빼고 스윙을 하면 손목이 먼저 나오고 라켓 헤드가 뒤따라온다. 마치 망치로 못을 박을 때 손목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망치 머리가 뒤따라 내려오면서 강하게 못을 때리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이 스윙 동작에서 손목 힘을 빼야 스윙 속도가 빨라진다. 테니스에서 속도가 필요한 순간이 3개 정도 있다. 하나는 공을 따라가기 위해 첫발을 빨리 내디뎌야 하고, 다음으로는 스윙 속도가 빨라야 하고, 마지막으로 공격 후 수비 동작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리고 다른 두 개와 달리 스윙 속도는 생각보다 제대로 내기 어렵다. 여기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발을 빨리 움직이는 것은 스킵 동작을 빨리 취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스윙 속도는 욕심을 낼수록 스윙 폼이 무너지고 또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잠시 복잡한 이야기는 다 잊고 본질에 집중해 보자. 공이 날아오고, 자신은 라켓으로 상대가 받기 힘들게 공을 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라켓과 공인 셈이다. 선수 입장에선 라켓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비유가 있지만 가장 적절한 것은 아무래도 채찍질이다. 채찍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다 손목이 멈추면 속도가 빨라지고 끝부분이 강하게 목표를 타격한다. 


주의할 점은 테니스에서 채찍은 라켓이 아니라 팔부터 라켓까지 모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팔 전체와 라켓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윙이 이뤄져야 스윙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팔과 라켓을 잇는 손목이 충분히 릴랙스 되어야 한다. 반대로 힘이 들어가는 순간 더 이상 채찍이 아니라 딱딱한 막대기로 변한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코치를 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10대 학생들은 손목 힘 빼는 것을 어른보다 훨씬 수월하게 해낸다는 것이다. 그들은 코치가 가르치는 그대로 따라 하고 자기 것으로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 왜 그럴까. 이는 어른들이 상대적으로 오래 살면서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선 힘이 필요해', '힘을 주면 당연히 공이 강하게 날아갈 거야'라는 식의 고정관념이다. 아무리 코치가 강조해도 몇 번 따라 해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힘이 들어간다. 


10대들로부터 배울 점은 일단 한번 속는 셈 치고 따라 해 보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고 코치가 알려주는 대로 일단 쳐봐야 한다. 그래야 '아, 이런 느낌을 말하는 거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테니스에서 하나의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을 대개 이와 비슷하다. 한번 감을 잡으면, 한번 짜릿한 손맛을 경험하면 그다음은 훨씬 수월해진다. 


손목 힘을 빼야 레벨이 올라간다


자신의 실력이 올라갈수록 상대 선수의 실력도 올라간다. 테니스에서 실력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것은 크게 3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원하는 곳으로 보다 정확하게 공을 보낸다. 다음으로 공의 속도가 좀 더 빠르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움직여 공을 받아낸다. 그래서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날아오는 공을 빠르게 쫓아가 최대한 안정된 자세로 스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아무리 빠르게 쫓아가도 스윙할 수 있는 시간은 빠듯하다. 코치인 나도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많은 동작을 생략하고 스윙에 집중한다. 비슷한 상대를 만났을 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10이라면, 강한 상대를 만나면 7, 8 때로는 5 이하로 줄어든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손목 힘을 빼고 스윙을 빨리 하는 것이다. 마치 짧게 강렬하게 채찍질하듯이 말이다. 


손목 힘을 빼야 라켓이 가진 장점을 비로소 100% 활용할 수 있다. 


라켓이 가진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라켓 스트링이고, 다른 하나는 라켓 무게다. 우선 라켓 스트링은 엄청난 텐션을 가지고 있다. 레슨 하면서 가끔씩 회원들에게 스트링 텐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공을 풀 스윙 해서 코트 밖으로 쳐서 보낼 때가 있다. 공은 까마득히 멀리 날아가고 그때마다 회원들이 놀래곤 한다. 회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굳이 힘을 줘서 공을 쳐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을 정확히 맞추면 알아서 강하게 날아간다. 다른 하나인 라켓 무게는 라켓이 스윙하면서 원심력이 작용하면서 헤드에 무게가 쏠리면서 공을 묵직하게 타격하게 한다. 이와 같은 라켓의 장점이 살려면 라켓이 마음껏 춤추도록 놔둬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손목 힘을 빼는 것이다. 


손목 힘을 빼야 아프지 않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손목 힘을 빼는 것이 부상 방지에 크게 도움 된다는 것이다. 테니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운동이다. 축구, 농구 등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선수간의 물리적 접촉이 없다. 공을 직접 만지는 것이 아니어서 손이나 발에 직접적인 무리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테니스 동호인 중에 부상 입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가장 흔한 부상은 테니스 엘보, 손목 부상, 어깨 부상, 무릎부상, 그리고 아킬레스건 부상이다. 아무래도 방향 전환이나 급가속, 급정거를 많이 하고 팔을 쉬지 않고 써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이런 부상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손목과 테니스 엘보의 경우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면 수백 차례 스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스윙의 무게를 가장 먼저 느끼는 곳이 바로 손목이다. 따라서 잘못된 그립, 스윙 폼으로 지속적으로 치게 되면 몸에 무리가 온다. 특히 손목에 힘을 잔뜩 주면 줄수록 손목 힘으로 공을 치는 셈이어서 쉽게 피로해지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테니스를 오래 건강하게 치기 위해서라도 손목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스윙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스윙 자세를 통해서 손목 힘을 뺄 수 있다


그럼에도 손목 자체에 힘을 빼는 것이 어색한 동호인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바로 스윙 자세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손목 힘을 빼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레벨이 되는 동호인의 경우 '손목 힘을 빼고 쳐야지'라는 생각을 시합 중에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올바른 스윙 자세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손목 힘을 빼고도 빠르고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알아보자. 우선 유닛턴을 할 때 어깨를 충분히 돌려 라켓을 머리 뒤쪽에 놓는다. 이게 습관이 안되어 있는 경우엔 라켓 넥 부분을 잡고 있는 왼손을 좀 더 오른쪽으로 밀어서 라켓을 빼주면 좋다. 다음 그림에서 페더러의 자세에서 보듯이 어깨를 충분히 돌려주고 왼손으로 라켓을 좀 더 밀어주면 라켓 헤드 위치가 편안하게 뒤에 위치한다. 반대로 어깨나 왼손 도움을 받지 않게 되면 손목 힘으로 라켓을 뒤로 빼게 되어 무리가 간다. 



다음으로 스윙할 때 라켓 드롭을 확실하게 해 줘야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립에 따라서, 그리고 경기 스타일에 따라서 스윙 궤적이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윙의 시작은 라켓이 드롭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허리 높이에서 칠 수 있는 공의 경우 라켓이 자신의 허리 높이 아래까지 내려온다. 이 지점에서 스윙이 시작되어야 공을 앞으로 보내는 힘과 탑스핀을 걸어 올려 보내는 힘 둘 다 강해진다. 레슨을 하다 보면 회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라켓 드롭 도중에 손목에 힘을 줘서 멈추는 것이다. 그 순간 라켓은 채찍에서 막대기로 변하게 되어 부자연스러운 스윙을 하게 된다. 이 자세가 반복되면 손목 부담이 가중된다. 실제로는 팔을 내려 손목의 위치를 허리 아래로 옮긴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때 손목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라켓 헤드가 내려오는 가속도로 인해 살짝 아래로 떨어졌다 스윙할 때 다시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이 먼저 앞으로 나가면 라켓 헤드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포핸드 위주로 설명하긴 했지만 손목 힘을 빼는 것은 포핸드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서브의 경우도 손목 힘을 빼야지 라켓 헤드를 머리 뒤쪽으로 충분히 떨어뜨릴 수 있고 이어서 높은 타점까지 끌어올려 공을 히팅 할 수 있다. 그래서 레슨 할 때 회원들에게 특정 순간에만 손목 힘을 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기본자세부터 계속해서 손목 힘을 충분히 빼도록 얘기하고 있다. 


테니스 코치의 솔직한 고백


최근 실력이 더 뛰어난 분들이 시합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던 중 손목 힘을 빼고 치는 것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경험을 했다. 물론 그전에도 손목 힘을 빼고 쳤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쓰고 있었다. 레슨을 하면서 슬로 모션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는데 하루는 내 스윙을 찍어봤다. 그런데 나 역시 손목에 약간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던 중에 몇 달간 강한 상대를 매주 만나서 경기를 하면서 빠른 공에 대처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건 다름 아닌 손목 힘을 더 빼고 더 빠르게 스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응했을 때 계속해서 이어지는 숨 막히는 랠리 속에서도 실수를 줄이면서 강한 리턴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손목 힘 힘 빼는 것은 테린이 때나 코치 때나 여전한 숙제인 셈이다. 




테니스는 심플할 때 가장 강력하다.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손목 힘처럼 흐름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면 빠르면서도 정확한 스윙을 구사할 수 있다. 코치 입장로서 초보자들이 한 단계 올라서는 기준이 바로 손목 힘을 뺄 줄 아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레슨을 받고 있다면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빠르게 진도가 나갈 것이다. 레슨을 끝내고 독학으로 실력을 올리고 있는 동호인이라면 특히 포핸드 스트로크를 할 때 손목 힘을 빼고 스윙하는 느낌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자신이 손목 힘을 뺄 줄 아는 테니스인이라면 실력은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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