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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May 15. 2024

테니스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자

"자, 공 끝까지 보세요!"


레슨 받는 회원의 스윙은 보기에는 시원시원하지만 정작 공이 라켓 가운데 맞지 않아 여기저기로 날아갔다. 공을 끝까지 보라는 코치의 잔소리를 듣고 공에 집중했더니 10번에 3번 정도 좋은 샷이 나왔던 것이 6~7번까지 괜찮은 샷을 쳤다. 


"코치님, 뭔지 알 거 같아요!"


하지만 코치는 안다. 지금은 깨달은 듯한 표정이지만 다음 레슨 때 여전히 반복된 실수를 할 것이고 똑같은 잔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확도가 중요한 테니스에서 공을 끝까지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코치들 사이에서도 공을 끝가지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날아오는 테니스공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확한 샷이 중요한 테니스


많은 스포츠 종목이 그러하듯 테니스 역시 데이터가 중요하다. 경기 중에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경기가 끝나면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데이터들이 나온다. 다음 데이터는 가장 최근에 열린 마드리드오픈 결승전 데이터다. 테니스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운동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 이외에 더 디테일한 데이터들이 많이 있다. 


다양한 지표들이 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로 표기된 지표들이 많다는 것이다. 퍼스트/세컨드 서브 성공률, 네트/서비스/리턴 포인트 성공률 등 주어진 기회에서 얼마나 많이 성공을 하고 또 득점을 했는지를 수치화하고 있다. 


테니스 승리 공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공을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보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코치 연수를 받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있다. 바로 center of string이다. 공을 스트링 가운데에 맞춰 보내야 원하는 곳으로 힘을 실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Center of string에 공이 맞는 모습


하지만 레슨을 몇 달 받은 회원들도 종종 정확하게 맞추지 못해 공이 네트에 걸리거나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경우가 있다. 구력이 수년이 쌓인 동호인들도 발리할 때 공이 라켓 엉뚱한 곳에 맞아 찬스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단계 실력이 올라서기 전까지는 쉬운 볼은 어느 정도 정확하게 맞추지만 공의 속도가 빨라지면 어김없이 빗맛은 샷을 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코치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조언이 바로 '공을 끝까지 보세요'다. 레슨 중에도 공이 계속해서 빗맞으면 어김없이 잔소리가 쏟아진다. 


"자, 공 끝까지 보시고요!"

"자, 공에 집중~"


그러면 어김없이 공은 스트링 가운데에 맞아 정말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넘어온다. 물론 이 잔소리를 레슨을 졸업하는 날까지 계속 들을 테지만 말이다. 


공을 끝까지 본다는 것은 가능할까?


앞서 얘기한 대로 공을 끝까지 본다는 것에 대해 꽤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지금은 은퇴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페더러는 공을 끝까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윙한 이후에도 잠시 동안 공을 히팅한 지점에 시선을 두고 난 다음 상대 코트를 바라본다. 코칭할 때는 쉬운 자세지만 실전에서는 페더러와 같은 여유를 갖기란 상당히 어렵다. 


공 끝까지 보기 1인자, 로저 페더러


모든 선수들이 페더러처럼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은 아니다. 공이 스트링에 맞는 순간의 사진을 보면 상당수 선수들은 임팩트 순간 공보다 앞쪽에 시선을 두고 있다. 


임팩트 순간에 공 앞을 바라보는 노박 조코비치


페더러가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시절, 몇몇 전문가들은 페더러가 공을 끝까지 보는 습관을 성공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페더러팬을 중심으로 많은 동호인들이 페더러처럼 공을 끝까지 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반대로 몇몇 선수 및 코치들은 일반적인 신체 능력으로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더 빠르게 스윙하는 라켓으로 맞추는 순간을 눈으로 보는 것이 과학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동체 시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코치로서 내 입장은 공은 끝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끝까지 볼 수 없다면 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끝까지 봐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테니스는 공이 중요하다. 초보자가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코트에 너무 많이 신경 쓴다는 것이다. 공을 맞추는데 신경 써야 하는데, 어떻게든 맞춰서 상대 코트 안으로 공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 어떻게든 공을 상대 코트에 떨어뜨리면 되는 걸까? 아니다. 다양하게 날아오는 공을 매번 그렇게 넘길 수는 없다. 어떤 종류의 공이 오더라도 변함없는 일관된 자세로 공을 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테니스는 공을 임팩트하면 그걸로 끝이다. 공이 라켓을 떠난 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여기서 그립 이야기를 잠깐 언급할 필요가 있다. 페더러처럼 이스턴 그립을 잡는 경우 스윙할 때 허리 회전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손목을 가로 스윙으로 내밀어 임팩트존을 최대한 앞에 둬야 하기 때문에 공을 길게 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조코비치 같이 세미웨스턴 그립을 잡는 경우 코어 회전력 극대화를 위해 공을 끝까지 보면 허리 회전이 덜 될 수 있기 때문에 페더러와 같은 모습으로 공을 쳐다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참고로 조코비치의 시선이 공보다 앞쪽을 향해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공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운전할 때 전방을 주시하지만 좌우가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조코비치 눈에도 날아오는 공의 궤적이 들어온다. 


그래서 공을 끝까지 봐야 한다는 말이 불편하다면 끝까지 공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야구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야구공이 수박만큼 커 보인다고 한다. 그런 날은 홈런을 치기도 하고 안타도 쉽게 친다. 테니스 역시 공에 집중하는 습관을 가지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공이 좀 더 커 보이고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 


본인의 스윙을 믿어보자


공을 끝까지 보는 것과 공을 잘 맞추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보통 공을 잘 맞추려 하다 보면 배웠던 스윙은 잊고 어떻게든 공을 맞추려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반대로 자기 스윙은 그대로 하면서 시선만 공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스윙에 대한 자신감이다. 레슨을 10회 이상 받는 분들이 여전히 공이 없을 때와 있을 때 스윙 차이가 큰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스윙에 확신을 갖도록 강조한다. 레슨을 지속적으로 받고 또 스윙 훈련을 계속해나가면 몸의 근육이 스윙 동작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인이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몸이 기억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이처럼 자신의 몸이 스윙 자세를 기억하고 있고, 본인이 배웠고 또 알고 있는 스윙이 꽤 괜찮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공이 아무리 빠르게 날아오더라도 맞추는데 급급해서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든지, 팔이 몸에 붙는다든지 하는 잘못된 자세를 갖지 않게 된다. 


그래서 레슨 할 때 스윙 폼 교정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무조건 진도를 빼서 많은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워서 몸이 기억하도록 나아가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선은 공에 집중하는 와중에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스윙 자세를 재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감을 가질만큼의 레슨 시간과 연습량이 따라야 한다. 코치의 역할 중 하나는 회원들의 스윙이 자신감을 가져도 될 정도로 좋아졌을 때 이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그 손맛을 잊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테니스는 굉장히 어려운 자세를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샷은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에서 나온다. 몸을 릴랙스 하고 공에 집중하고 배운 대로 몸이 기억하는 대로 자신감 있게 스윙해 보자. 이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샷이 한번, 두 번, 세 번, 성공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스윙폼을 갖게 된다. 다시 한번 잔소리를 하려 한다. 


"자, 끝까지 공에 집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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