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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나 Sep 14. 2023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

아이가 내게 한 이야기들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


메가 문이라는 달을 함께 찾던 새벽, 한나가 내 귀에 말 했다. 


한나를 낳고 벌써 서른 다섯 번의 달을 함께 보냈는데, 아이는 저 달보다 훨씬 큰 사랑을 내게 비추어 주었다. 


자는 동안도 내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들은 요정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렇지만 내가 한나만큼 온 마음으로 한나를 사랑하는 지, 9월이면 태어날 요한이와 그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이성적 사고가 나를 감싸버렸다. 


우리 엄마는 나의 우주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나를 업고, 나를 돌보던 우리 엄마가 걸어온 시간이 애틋하고 안쓰러웠다. 살아보니 부모는 한 사람에게 있어 나무의 뿌리를 담은 흙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흙이 얉고 비옥하지 못 하면 뿌리가 자라지 못 하도록 막기도 하고, 동성의 부모에게 형성되는 내면의 자아상과, 이성의 부모에게로부터 받는 관계 형성의 기술들이 가지로 뻗어나가게 된다. 


지난 20여년 간의 사회 생활을 통해 겪은 부모와의 관계가 나를 어떻게 구성하는 가를 보고 느낀 경험이었다. 가정 이외의 요소인 학교나 종교 공동체는 마치 옷 처럼 갈아입을 수 도 있지만 가정만큼 내면의 우주를 파고들지 못 하는 듯 하다. 


한나의 우주가 온통 나와 남편으로 채워져 있는 지금, 그 사랑이 벅차게도 흘러넘치지만 더 양질의 사랑을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문득 해 본다. 


아이의 과분한 사랑에 흠뻑 취한 날, 너무 고마워서 남기는 일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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