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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서 살아남는 방법4 – 자연재해라 생각하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하늘을 원망할 순 없다. 내 인생이 우울하고 처참하다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층간소음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으로 생각하란 소리다. 층간소음은 심리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사람 대 사람으로 여기기에 내가 간곡히 호소하면 상대가 들어줄 거라 여기는 마음이 있다.(반대로 강하게 나가면 겁을 먹을 것이란 심리도 작용한다.)     


과거에는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지도자가 덕이 없어 생긴 문제라 생각했다. 문제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있었기에 이에 대한 원망과 분노도 컸다. 층간소음 문제도 위층이 발생시킨 것이기에 이런 감정이 향한다. 허나 입장이 다르다. 지도자는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할 위치에 있지만, 위층은 아니다. 위층이 아래층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책에 매번 등장하는 단어가 ‘배려’다.     


헌데 자연재해에는 배려가 없다. 산사태나 홍수가 사람을 발견하고 피해가진 않는다. 홍수로 집이 잠겨도 낮은 지대에 사는 자신의 신세를 탓하지, 하늘을 보며 왜 비를 이렇게 많이 내렸느냐고 욕하지 않는다. 층간소음 강도에 따라 다른 자연재해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나아진다. 약한 발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비가 내린다 생각하자. 지붕 위로 억수 같이 비가 쏟아진다 생각하고 빗물이 새어 들어오지 않는 게 다행이라 여기자.     


강하게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산사태가 났다고 생각하자. 산이 무너져서 돌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거다. 다행히 우리 집은 피해가고 있으니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층간소음으로 빨라진 심장을 진정시키자. 청소기나 물소리가 밤늦게 심하게 들리면 태풍이 불고 있다고 여기자. 아, 그래도 우리 집이 튼튼해서 소리만 들리는 구나. 그리 여기면 조금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층간소음이 오래 지속되면 상대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짐승을 때려잡듯 보복을 생각하게 된다. 이때 짐승이 아닌 자연재해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나아진다. 시베리아나 사막 지역에서도 사람이 사는데 층간소음 나는 곳이라고 못 살지는 않겠지.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며 버티다 좋은 기회를 보는 게 좋다. 급하게 이사를 계획하기 보다는 마음을 다스리며 최대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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