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 듣고, 불필요하게 많은 말을 뱉으면서 산다. 말이 말속에 묻히고, 말이 말을 덮고, 말이 또 다른 말을 삼키는 하루였다. 적당한 것만 골라서 필요한 만큼만 덜어 쓰는 방법을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매번 살을 보태고, 쌓고, 의미를 부풀린다. 차라리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가끔, 게워낸 말이 부유하는 상상을 한다. 공기 중을 떠돌다 내려앉거나, 흐트러지는 말의 파편들. 조각과 조각의 충돌, 산화해 버린 의미. 비틀려 버린 뜻, 왜곡된 가치. 갈 곳 잃어 어쩔 줄 모르는 음절들, 누군가에 의해 조각난 형태소, 난자하게 찢긴 모음, 눈 속에 파고든 자음, 주인 잃은 어근...‘말의 사체들이 떠다니고 있는 거야’
고요 겁내는 사람이라서, 책임지지 못할 이야기도 하고, 웃음을 위해 과장된 말도 쏟아내고, 쓸데없는 말을 만들고, 돌아서면 후회한다.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듣지 말았으면 나았을 말과 부대끼며 지냈다. 절반 정도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