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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는 사람 K Apr 13. 2022

원하지 않는 선물

 나는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포인트는 '꽃'이 아니고, '다발'에 있다. 직접 사는 일도 없을뿐더러, 공짜라도 받기 싫다. '나는 꽃다발 선물이 싫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장난쯤으로 생각하거나, '어머 그렇게 예쁜 걸 왜?'라며 의아해 하지만,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싫어.'라고 단호하게 말해버린다.  


 최근 허브와 몇 가지 화초를 키우고 있다. 봄! 하면 프리지어를 떠올린다. 나무와 제철 꽃이 있는 산책 길은 언제라도 즐겁다. 꽃이 예쁜 걸 나라고 모르겠는가. 그저 화병에 꽂혀 있는 걸 보는 게 고통스러울 뿐이다. 목이 댕강댕강 잘린 듯한 느낌 싫고, 매일 물을 갈아주어도 금방 뿌옇게 변하는 것도 보기 불편하다.


 락스를 희석해서 화병 속에 넣어주면 오래간다고 했다. 적당하게 핀 꽃을 뒤집어 말리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오래 두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방법을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따라 하거나 시도할 마음을 품지 않는다. 말했듯이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생명 연장' 또한 의미 없을 뿐이다. 


 꽤 여러 번, 그것도 제법 단호하게 꽃다발이 싫다고 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로 주는 사람이 있다. 나를 모르거나, 나에 대한 이해가 조금도 없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굳이 주는 이유는 뭘까? 꽃을 선물하는 로맨틱함에 도취되어서 일까? 주는 사람 마음이니 잠자코 받으란 말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거지? 


 5월 10일 출범할 20대 정부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무리한"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25평 작은 집 이사와 정리에도 꼬박 반년이 걸렸던 터라 눈과 귀를 의심했다. 또 가짜 뉴스이겠거니 하며 뉴스를 검색했다. 막대한 이사 비용은 축소해서 발표했고, 국방부 이전에도 안보 공백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떠들어댔다.


 국가 안보 시스템의 핵심인 국방부와 합동 참모 본부를 이전시키고 그 자리로 들어오겠다고? 그것도 한 달 만에? 국방부 이사가, 일반 이사처럼 간단히 짐만 옮기면 되는 건가? 가능하면 그 자체로 문제 아닌가? 수많은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는 지내지 않겠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쳤다. 투정인가? 협박인가?


 나는 단 한 번도 청와대를 돌려달라 한 적이 없다. 그곳을 공원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내부가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도대체 어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건가? 22년 4월 13일 21시 16분 기준 543,180명의 국민이 이전을 반대하는 청원에 동의했다. 이 폭력적인 선물을 받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거다. 


 아름다운 꽃일지언정 받고 싶지 않은 이가 있듯, 최고의 공간이라도 공적인 영역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려는 사람도 있다. 무수한 우려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정말 주고 싶다면, 받는 사람 말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선물이 골치 덩어리가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란 말이다.  


 요즘 카카오톡 선물 하기에도 '위시 리스트'코너가 있다. 고민해도 모르겠다면, 받는 이가 찜해 둔 것 중 골라서 보내주라는 양쪽 모두를 위한 배려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거나, 센스에 자신이 없다면 그거라도 보고 선택하라는 의미 이기도하다. 


 소통을 위해서라며, 귀 막고 눈 가린 채 고집 피우지 말고, 제발 좀 들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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