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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Mar 28. 2024

엄마, 예쁘면 뭐가 좋아?

우리 엄마는 언제부터 예뻤을까? 내가 태어나고부터는 쭉 예쁘셨으니까, 적어도 삼십 년은 예쁜 채 사셨을 것이다. 아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와 만나셨을 때, 친가 식구들이 엄마가 너무 예뻐 아빠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셨다니, 엄마는 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예쁘셨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엄마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학교로 찾아오셨다. 엄마가 학교에 오실 때면 반아이들이 술렁거렸다. 새로운 선생님인 것 같다며, 기대감을 안고 우리 엄마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선생님이 예쁘다며 좋아라 하는 친구들에게 상대적으로 숫기가 없었던 나는 감히 그 사람이 우리 엄마라 말하지 못했다. (왜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니~)



내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여름이라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학교가 끝난 시간이라 교복을 입은 채로 집에 왔다. 비슷한 시간에 엄마 친구분이 우리 집에 오셨다. 부엌에 있는 식탁에 앉으셨고, 엄마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엄마이름)아, 넌 하나도 안 변했다." 그리고 인사를 드린 나의 얼굴을 빤히 보시더니 "근데, 딸은... " 순간 정적이 몇 초 흘렀다. "근데, 딸은... 아빠 닮았나 봐." 



사촌오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딸이 있는데, 네 다섯살쯔음 일이다. 명절이었는지 이벤트가 있는 날이어서 친척분들이 거의 모두 모여 계셨다. 아이에게 촌수를 알려주려고,  고모인 거 할머니인 거 할아버지인 거를 알려주었다. 우리 엄마를 고모할머니라고 알려주니, 조카는 고모라고 할머니가 아니라 주장하였다. 칭얼댈 정도로...



한 번은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시려고 지하철을 타셨다. 엄마도 지공이 되어서 주변의 축하를 받으셨다. 지공은 지하철 공짜의 줄임말이다. 그날은 엄마가 조금은 피곤한 날이셔서 자리가 나서 앉으셨다. 그 옆에 어떤 아줌마가 탔다고 했다. 지하철 문이 닫히기 전, 머리가 하얀 누가 봐도 연세 있으신 분이 엄마와 옆자리 아주머니 앞에 서계셨다. 갑자기 옆 아줌마는 검지손가락만 핀 채로 엄마의 팔뚝을 찌르셨다. 엄마는 처음에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으시다가, 본인 대신 자리를 비켜달라는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어느 날이었다. 비교적 최근 일이다. 엄마가 아파트 현관문을 닫고 나오시는데 얼굴에서 빛이 나고,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엄마인데, 예뻤다. 물론 아침에 열심히 한 시간씩 운동하시고, 건강식을 챙겨드시는 엄마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엄마, 예쁘면 뭐가 좋아?"



삼십 년 넘게 엄마를 보았지만, 이런 호기심이 담긴 질문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엄마가 예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예쁨으로써 누리는 이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엄마는 비밀스럽게 딸에게 알려주셨다.



"예쁘면, 사람들이  친절해"



그 뒤에 생략된 말도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예쁘면, 사람들이  친절해. 특히 남자가"



왼) 작년 5월 제주도에서 엄마사진, 오른쪽) 올해 초 양평 카페 구벼울에서 엄마사진 / 얼굴은 모자이크했어요.




곧 벚꽃도 필텐데... 꽃아 예쁘면 뭐가 좋아?



꽃아, 예쁘면 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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