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불은 위에서 붙는다

효라클과 7제자들

by 작은물방울

〈제6화 — 불은 위에서 붙는다〉


6화 불은 위에서 붙는다.jpg




효라클: “근데… 키보드는 그렇게 안 사잖아.”


유화정은 23살, 심리학과 3학년.

이 세계에 발을 들인 건 불과 3개월 전이었다.

처음 번 돈은, 14% 수익.


그때부터였다.

유화정은 불을 사랑하게 되었다.


빨간 봉이 올라올 때,

손끝이 떨렸다.


불타기를 할 때마다,

내 안에서 뭔가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살아있다는 증거야.”


그게 유화정의 철학이었다.


그날, 뉴스가 떴다.

“탄소중립 수혜 기대… 정부, 친환경 설비 보조금 확대 검토”


유화정은 망설이지 않았다.

1차 진입.

2차 진입.

거래량이 붙자마자,

3차 불타기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뉴스는 부정 기사로 덮였다.


“정부 보조금 논란… 예산 삭감 가능성”


그 종목은 -17%를 찍었다.


화정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왜요? 어제는 확실해 보였는데요.”


효라클은 조용히,

그녀의 계좌를 내려다보았다.


“불은요,

위에서 붙으면 다 타요.

밑에서부터 천천히 붙여야 합니다.”


그 말에 유화정은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그때 타지 않으면

놓쳐요. 기회는 순간인데요.”


효라클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화정 씨,

키보드 살 때 어떻게 해요?”


“…요? 음… 유튜브 리뷰도 보고,

가격 비교도 하고, 키감 테스트 영상도 보고요.

한참 고민하죠.”


“근데,

주식은 어떻게 사요?”


유화정은 말문이 막혔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기가 키보드보다도 대충 주식을 샀다는 걸.


그녀는 웃었다.

어처구니없고, 이상하게 시원한 웃음이었다.


“진짜 이상하네요.

키보드는 그렇게까지 비교해놓고…

주식은… 그냥, 불 붙으면 탔네요.”


그날 이후,

유화정은 바뀌었다.

아직도 불은 좋아하지만,


불을 붙이는 위치와 속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엔딩 내레이션 – 유화정)

“나는 불타기를 좋아한다.
근데 이제,
불이 붙는 구조부터 보기 시작했다.

주식도 결국…
키보드처럼 사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