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라클과 7제자들
“지금 팔면… 나는 진짜 지는 거야.”
임중배는 평생을 기다려온 사람이다.
주식도, 장사도, 인간관계도
버티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요즘 흔들린다.
이번엔 ○○.
PER은 낮고, 차트도 매물대가 단단해 보였다.
처음 2천만 원.
다음 주엔 1천만 원 추가.
그 다음 주엔… 또 1천만 원.
총투입: 4천만 원
평균단가: 73,000원
현재가: 55,800원
그날도 VIP룸에서 그는 조용히 화면만 보고 있었다.
다른 제자들은 흐름을 보며, 뉴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효라클은 아무 말이 없었다.
딱 3%만 더 빠지면,
계좌 마이너스가 -25%를 돌파한다.
임중배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지금 팔면… 나는 진짜 지는 거야.”
“손절은 나약한 자들의 전략이야.”
“나는… 항상 기다려서 돌아왔잖아.”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믿었던 종목이었고, 믿었던 가격이었고,
무엇보다… 믿고 있던 자신이 흔들리고 있었다.
문득, 효라클이 조용히 말했다.
“임중배 씨,
손절이… 손을 잘라내는 게 아니에요.”
임중배가 고개를 들었다.
효라클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저 태블릿을 넘기며 말했다.
“손절은,
다른 걸 쥐기 위해 손을 비우는 겁니다.”
그 말은…
칼 같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부드러워서,
가슴 깊은 데로 들어왔다.
임중배는 그날 밤,
계좌 창을 세 번 열고, 다섯 번 닫았다.
그리고 여섯 번째.
그는 손을 떼었다.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다음 날 아침,
효라클은 아무 말 없이 커피 한 잔을 그의 자리 앞에 내려놨다.
“쓴 건, 괜찮죠?”
임중배는 조용히 웃었다.
“그거야말로... 시장이 주는 맛이죠.”
“나는 처음으로 손절을 했다.
손해를 본 게 아니다.
오래 쥐고 있던 고집 하나를,
그날 시장에 내려놓고 온 것이다.
그 고집의 이름은, 73,00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