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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Nov 11. 2019

나를 살린 글쓰기

구원의 밧줄

나는 정신문제를 앓고 있다. 조울증이 내 병명이다. 내가 이 병을 극복해 나가는 데에 여러가지 도구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글쓰기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면적인 자아들을 바라봤다. 용감하게 불안의 원인들과 마주해 나갔다.  어릴 적 아빠에게 혼나는 나의 모습, 일어나지 않은 죽음에 대한 불안에 떠는 모습,  당장 해야하는 일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는 모습 등. 마음의 힘듬과 불안이 다가오면 난 어김없이 글을 썼다. 


슬펐던 20대의 자아상들. 다가오지 않은 30대, 40대, 50대 그리고 그 후의 미래에 대한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해서 생긴 부정적 생각이 내 자아를 좀처럼 갉아먹고 있었다. 난 내가 해 낼 수 없는 일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했고, '망상'으로 인한 행동 때문에 어떤 사람들과 '관계적' 이별을 했다. 


나는 두려웠지만, 내면에 있는 거대한 자아와 과거의 상처, 어쩔수 없는 관계적 이별들과 온전히 마주했다. 글쓰기란 도구로. 문제들을 바라보고, 충분히 사색하고, 원인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어떤 사람에게는 흰 종이에 검은 글씨를 채우는 일이 쓸모없게 느껴질테고, 어떤 사람은 세상에 읽을 거리가 참 많은데 자신까지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난 써야했다. 쓸 수 밖에 없었다. 내면에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책을 읽다가도 멈춰서 글을 써야 했다. 때로는 눈에 뜨거움이 가득 찼고, 세상이 젖었다. 



글쓰기란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단단해져 갔다. 어떤 사람들은 묻는다. 글쓰기가 혹시 더 우울하게 만들지 않냐고? 조울증인 것을 밝혀, 사람들의 차별에 맞설수 있겠냐고? 나는 담담히 대답한다.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맞다. 사실 글을 쓰는 건 아프다. 내 상처를 도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썩기 전에, 온전해지기 위해 그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고, 상처를 도려내고, 글로써 그 부위를 꼬매고, 칭찬과 긍정적 기운으로 약을 발라준다. 글쓰기가 순간적으로 우울하게 할 수 있지만, 온전하게 상처를 도려낸 후면 난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의 차별을 온화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행위가 변화의 시작 이길 바라며, 글을 쓴다. 이 의식이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며, 나는 쓴다.


사실 조증일 때 저지른 사건들이 어떤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누군가에게 이해되지 못할 일이다. 심지어 타인의 화를 부르는 일 일수 있다.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망상'을 가질수 있다. 본인이 텔레비젼이나, 전자파, 타인을 통해  쫓긴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진짜 현실처럼 느껴진다면, 이상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다행히 현대는 약이 좋아져서, 약물치료를 통해 많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그 기억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상한 행동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자책하는 환자가 꽤나 많다. 아플 때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더해지는 병이 바로 내가 겪는 조울증이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외치고 싶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쁜 마음이 아니었다는거 알고 있다고. 모든 사람이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겪어서 알고 있다고, 그러니 이제 그 홀로있는 어둠에서 나오라고, 한 발짝만 용기 내 달라고, 그렇게 글로써 또박또박 외치고 있다.


나에게는 어둠에서 한발자국씩 나오는게 글쓰기란 도구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달리기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음악이 될 수 있다. 삶을 조금 더 잘 살고 싶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를 밧줄처럼 붙잡고 이겨내길 바란다.  각자의 어둠에서 세상의 빛으로 나올 그대에게 이 글을 바친다.




한줄요약: 나에게 글쓰기는 깊고, 홀로 있던 동굴 속에 내려온 구원의 밧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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