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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May 20. 2020

나에게도 있었던 <별이 빛나는 밤>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감상 에세이 



정신병을 앓았다고 알려진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은 요양원에서 보낸 반 고흐의 시간을 상징한다. 그 시간의 4분의 3은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작 등을 겪으며 암흑의 상태에 내 몰린 채 그림 그리는 일이 불가능했던 시기들도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은 요양원 생활 중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반 고흐가 자신 앞에 놓인 시련을 어떻게 싸우며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나 또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별들이 쏟아지던 가평의 한 펜션. 나의 삶은 맑게 느껴졌으며, 자연들과 물아일체 된 경험을 느꼈다. 별 하나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었고, 밝게 빛나는 샛별의 빛은 내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걸 포기하는 느낌으로 오게 된 아침 고요수목원 펜션이었지만, 오히려 모든 걸 얻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내가 그곳으로 가게 된 정확히 말해 가출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의 정신병 중 가장 큰 망상은 ‘지구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곧 예수님께서 재림하신다’는 생각이었다. 워낙에 혼자 긴박한 상황을 견뎌야 했기 때문에, 표출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상 행동을 하게 되었다. 수련회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이상한 형태로 돌아다니면서 기도를 한다든지,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는 신천지에도 따라갔었다. 물론 당시에는 신천지라는 걸 몰랐다. 이런 일련의 이상 행동 등으로 인해 교회에 많은 해를 끼치게 되었고, 더 이상 혼란을 원하지 않은 교회 측은 나에게 교회에서 나오지 말아 달라는 권고를 했다. 사실 그 당시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 높아지고, 망상은 더 심해졌다. 끝내 난 등록금, 400만 원을 뽑아 노트북 하나를 구입한 채, 택시를 타고 가평으로 가출했다.




사실 상황은 급박했다.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은 채 한 펜션에서 노트북 속 세계와 성경 책만을 읽었으니, 내 상태는 가히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고요수목원 안을 걷는 중 봤던 꽃들이 웃음소리, 초록의 나무들과 이야기하는 것, 조용했던 느낌의 펜션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등은 잊을 수 없었다. 밤이면,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나를 황홀경으로 이끌었다. 비록 세상의 끝에 살고 있다 할지라도, 지구의 아름다움이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는 느낌이었다.




반 고흐는 어땠을까? 무엇을 보았을까?



정신이 몽롱하고, 뚜렷하지 않았기에 갔던 요양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반 고흐는 지구에서 아주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는 작품을 남겼다. 그림이 탄생하기 전 종이와 물감만이 있었지만, 캔버스 위 물감으로 구현된 세계는 가끔 우리를 소름 끼칠 정도로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몽롱한 상태에서,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추스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무엇을 봤기에, 무엇을 느꼈기에, 이렇게도 위대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을까?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난 엄마와 같은 아파트에 사셨던 엄마 친구분에게 나의 위치를 들켰고, 결국 엄마는 나를 데리러 오셨다. 딸이 정신병에 걸린 걸 인정할 수 없겠지만, 너무도 이상해진 행동들로 인해 부모님은 병원을 찾게 되었고, 정신병원 그것도 폐쇄병동의 나를 입원시키셨다. 그리고 그 폐쇄병동에서 내가 쓰게 된 시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마음이 아파서 흘리는 눈물



참으려고 해도 참아지지 않는 아픔

그 아픔이 넘쳐 눈물 한 방울로

또르르...

 

통곡하려고 울려 해도 울어지지 않는 아픔

그 아픔은 그냥 눈물 한  방울로

또르르...


눈 안 가득 흘러넘칠 듯 고이지만

그 아픔 머금은 눈물 한 방울만

또르르...




혼자만 알게 된 세상의 종말. 그 망상이 너무도 무거워, 무언가로 표출되어야 했다.




조울증을 앓았을 거라고 추정되는 수많은 천재들이 존재한다. 반 고흐도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비록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반 고흐가 남긴 많은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그림을 넘어 예술의 혼을 불러일으킨다. 영감을 주고,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2차원적 그림을 통해 영적 세계까지 경험하게 만든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시작은 작고 미약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이 되고,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싶다. 비록 아팠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절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나를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난 글을 쓸 것이다.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자료출처: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바틴 베일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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