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물방울 May 10. 2020

돈 천만 원 마음껏 쓰고, 깨달은 점

때는 2010년도이다.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불현듯 돈 천만 원을 쓰자, 그것도 맘껏 쓰자. 결심했다. 그때 난 진짜 미친 듯이 돈을 썼다.


자료출처: 픽사 베이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내가 대학교 때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복리의 마법이었다. 적금을 젊을 때 1년 먼저 하는 게, 구르고 굴러 노년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마법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월 40만 원씩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또한, 주식계좌도 만들었다. 나름 부자인 아빠가 재테크에 대한 중요성을 귀에 닳도록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난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나가 적금할 금액은 5000만 원 이하이기 때문에 무조건 금리가 0.1프로라도 높은 곳에 예적금을 했다. (5000만 원 이하까지 예금자보호에 따라 저축한 금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행히 집 근처 저축은행의 금리가 꽤 괜찮았다. 인턴 때 받은 돈을 모아 저축은행에서 적금을 가입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적금을 찾을 때가 되었는데, 은행으로 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상쾌하던지. 어느 정도 목돈을 모으니 세상의 불안이 사르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어느 정도 독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기가 더욱 상쾌했다.




 목돈이 들어올 일이 있었는데, 엄마가 대학 등록금으로 아빠 몰래 적금한 금액을 주셨다. 나의 시드머니는 적금과 엄마가 주신 비자금 이렇게 형성되었다.




아마 적금과 예금을 찾았던 시기였다. 내가 천만 원을 쓰기로 결심했던 때가 말이다. 불현듯 든 기분이었고, 젊을 때 써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목돈을 모두 모아서, 천만 원은 소비를 위해 쓰고, 나머지 돈은 주식을 샀다. 누군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했다. 하지만, 난 과감하게 한 주식에 나머지 모든 돈을 샀다. 사실 재무제표도 보고, 뉴스도 보고, 나름 확신에 차서 주식을 사긴 했지만. 이게 폭삭 망할지, 오를지는 모를 일이다.




통장에 천만 원 잔고가 있으니, 괜스레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정말 매일매일 쇼핑했다. 맘껏 소비하는 거 정말 쉬웠다. 일단 건강과 몸매를 위해 개인 피티를 끊었다. 나름 스튜디오 형식의 헬스장이어서 꽤나 고가였다. 혼자서 중 식당에 가서 코스요리도 시켜먹었다. 종업원이 의아해서 메뉴 확인을 다시 하기도 했지만, 당당히 비싼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가족에게도 선물 하나씩은 했다. 동생에게 라텍스 메트릭스를 선물했다. 어릴 때 2층 침대 빼곤 그냥 이불 깔고 자는 동생을 위한 선물이었다.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은 엄마에게는 스와로브스키의 팔찌를 선물했다. 실용적인 선물을 좋아하고, 비싼 거 사면 화가 나는 아빠를 위해서는 양말 3켤레를 샀다.




명품임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명품, 발렉스트라에서 카멜색 지갑도 샀다. 명품지갑은 비싸서 안 사려고 했는데, 며칠을 눈에 아른거려서 안 살 수가 없었다. 길가다 우연히 만난 대학동창에게 스테이크도 사주었다. 책도 사고, 괜히 치약 같은 생필품 등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진짜 럭셔리한 삶의 끝판왕이었다.




하지만,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돈 천만 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쓸 때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쓰고 나니 미친 듯이 허무했다. 돈 천만 원 쓰는 거 우습구나! 정말이지 쓱쓱 사라졌다. 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40만 원씩 거의 2년을 모아야 하는데, 눈 녹듯 사라질 수 있구나! 이건 일억이 있어도 마찬가지겠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들었다.




돈 천만 원 써보고 깨달은 점은 돈은 많든, 적든 아껴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은 돈도 소중하고, 큰돈도 소중하다. 사실 길 가다 만난 대학 친구와는 지금 연락도 안 한다. 그때 썼던 스테이크 값은 좀 아깝다. 대신 동생에게 선물한 라텍스 메트릭스는 지금도 동생이 잘 쓰고 있다. 같은 돈의 액수라도 쓰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걸 소비해보고 알았다.




그렇게 난 20대 후반에 돈 천만 원 써봤다. 아깝지는 않다.  그때의 경험이 교훈이 되었기 때문이다.  돈은 항상 아껴 써야 하고,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진리 말이다.




지인 중 어떤 사람이 말한다. 수중에 돈이 왕창 생기면 좋겠다고 말이다. 난 밖으로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난 돈이 많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껴 써야 한다고 다짐한다. 돈이 가치 있는 곳에 진정으로 쓸 수 있도록, 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이렇게 돈 천만 원 소비한 이야기만 하면, 글이 싱거워지니  주식에 투자한 돈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주식 수익률 138%.  그렇게 난 돈 천만 원 썼지만, 꿈의 돈을 얻었다.



자료출처: 픽사 베이



이렇게 불타는 소비와 투자를 하고, '조증'으로 인해 장렬히 병원에 입원한 것도 비밀에 부치진 않겠다. 화려했던 시절, 화려한 행동들, 그리고 많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 인생의 획을 그은 경제적 가치관은 그때 형성되었다.




자, 당신에게 돈 천만원이 주어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쓰겠는가?


이전 08화 나에게도 있었던 <별이 빛나는 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