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평론이란 게 뭐예요?" "다른 글이랑 평론은 뭐가 달라요?"
일반적으로 어렵고 잘 쓴 글은 평론, 재밌고 말랑말랑한 글은 리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과 좀 다르다.
'평론'이란 작품에 대해 평가하며 논하는 행위다. 즉, 평가가 핵심이다.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고 감상을 쓴 글은, 잘 썼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리뷰에 속한다. 하지만 아무리 짧고 가벼워도, 자신만의 평가(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 등)가 들어간다면 평론이다.
평가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 시리즈의 최고 에피소드는 2편이다", "이 영화가 저주받은 걸작인 이유!" 등 SNS에서 흔히 보이는 글도 평론에 속한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영화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평론과 비슷하지만 다른 것 중에 '해석'이 있다. 해석은 작품 속 요소를 풀어 설명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영화의 경우, 이것이 좀 독특한 문화로 발전했다. 어려운 예술 영화를 대상으로, 영화 안의 소품, 대사, 캐릭터 하나하나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글이 늘었다. 예를 들어 <곡성>에서 나쁜 신은 누구고, 착한 신은 누구이며, 길가에 토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것 말이다.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에 참여하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그런데 평론가가 하는 일이 곧 해석이라는 오해를 받을 때 조금 난감해진다. 해석은 즐겁고 의미 있지만, 평론과는 좀 다르다. 평론가가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평론이 늘 해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 반응을 살펴보면, 확실히 '영화 해석'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 같다. 이 소품을 저기 왜 갖다 놓은 건지, 저 사람은 왜 지나가고 있는 건지, 최대한 많은 것을 설명해 주는 해설서를 요청하는 이들이 많다.
이것은 예술 영화에 다가가려는 노력의 하나다. 그리고 좋은 해석은 영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고취시킨다. 이런 해석은 영화의 요소에 대한 풀이에서 시작해, 그 영화가 담은 의미를 깊이 있게 통찰한다.
하지만 단순히 퍼즐 맞추기를 하듯 영화의 요소를 끼워 맞추고, 종국에는 납작한 교훈을 도출하는 해석도 있다. 이런 해석은 영화가 가진 모호하며 신비로운 매력을 죽이고, 그것을 일상의 평범한 언어로 치환한다. 이것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의 의미는? ①국가 ②연인 ③절대자"라고 외우게 하며 이 시에 대해 다 파악한 것 같은 착각을 선사하는 것만큼이나 관객에게 해롭다.
그래서 해석에 앞서 늘 조심스럽다. 나의 행위가 영화를 단순한 퍼즐놀이로 보이게 만들면 어떡하나 싶어서. 처음 평론가로 등단했을 즈음 <토니 에드만>(2017)에 대한 해석을 열심히 썼다. 그러다 중간에 현타가 와서 글을 중단했는데, 그 이유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영화를 풍부하게 보는 일을 돕고 싶을 뿐, 영화의 의미를 한정하고 내 말이 정답이라고 뽐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닌데,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질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석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고민을 돌고 돌다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여전히 영화 해석에 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해가 먼저, 평가가 그다음이니까,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내가 과한 우려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석이라 하여 반드시 영화의 의미를 좁히는 것이 아니고, 비평이라 하여 반드시 영화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아니니까.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이가 어떠한 태도로 내용을 전달하느냐에 있다. 좋은 글은 형식을 불문하고 독자의 사고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관객이 광활한 해석의 장 안에서 다양한 해석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결론은 해석을 더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비평에 비하면 해석은 쓰기 쉬운데 양이 많아서 약간 노가다 느낌이다. ㅋㅋ 글체력 키워야지. 밑에는 예전에 올리다가 중단했던 그 <토니 에드만>에 관한 글. 원래 3편으로 나눠 올리려고 했는데 2편까지 올리고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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