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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Jun 16. 2018

편견에서 벗어나기

커피, 이야기가 되다.

시 외곽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손님의 말에 마음이 상했는지 문자를 보내왔다.


‘음식은 맛있는데 커피는 아니래요. ㅠㅠ’


핸드드립으로 정성 들여 커피를 추출해서 손님에게 드렸는데 커피를 맛 본 손님이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음식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만난다. 손님의 말과 행동에 기분이 언짢아도 점주 입장에서 참고 넘어가야 할 경우가 많다. 물론, 음식이 청결하지 못했거나 너무 오랜 시간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등 점주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손님의 질책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손님의 그릇된 편견에 대해서도 무조건 수긍해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손님하고 싸우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가게를 운영하는 원칙과 기준이 있을 텐데 그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손님에게 설명을 하고 손님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손님을 ‘이해한다는 것’과 손님의 실수나 편견을 인지하고도 ‘무조건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대응이다. 

한식당 주인은 평소에 하던 대로 예가체프 원두 10g으로 120ml를 추출하여 손님에게 내어 놓았다. 손님이 커피 맛이 별로라고 한 이유는 자신이 마시던 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손님은 늘 17g의 원두로 커피 한 잔(120ml)을 내려마신다고 한다. 그러니 커피의 농도가 너무 연했을 것이고 결국 주인에게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식사는 맛있는데 커피는 아니네요!”


원두 10g으로 120ml를 추출하면 커피 고유의 향미를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진한 농도로 추출을 하면 특정한 향과 맛이 강하게 부각되어 미묘한 향미를 느끼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커피에 비해 농도가 훨씬 약한 홍차나 녹차를 마시면서도 다양한 향미를 즐기는 것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손님은 자신이 즐기던 커피에 비해 농도가 연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 맛을 다르게 표현하면 어땠을까? 다음과 같이 재구성을 해 보자.


“어? 커피가 좀 연한 것 같은데 몇 g으로 추출했죠?”

“저희는 10g으로 추출하고 있어요.”

“아! 그렇구나!”

“많이 연하세요? 어떡하죠?”

“아니, 괜찮습니다. 저는 조금 진하게 마시는 걸 좋아해서 17g 정도로 추출하거든요.”

“아! 몰랐네요. 다음에는 진하게 내려 드릴 테니 주문하실 때 꼭 말씀해 주세요.”

“예, 그래요.”

커피에 입문한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커피, 세상의 모든 바리스타, 세상의 모든 카페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으로 다른 커피 문화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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