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쓸지 모르지만 어쨌든 쓰고 싶어 깨작깨작 키보드를 두드리는 날이 늘어가다 보니 길고 짧은 글들이 완성되고 있다. 통일된 주제도 없어 보이고 대단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어 보이지만, 이 글들은 어쨌든 나의 이야기이고 글 자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된다.
'작가의 서랍' 아래쪽에 파묻혀 있어 존재 자체를 잊었던 글도 있다. 다시 읽어보니 글을 쓰던 그날의 즐거움, 슬픔, 기대,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이 살아있다. 다시 기억하게 하는 것, 다시 느끼게 하는 것도 글을 쓰는 이유임을 깨닫는다. 본래 과거를 돌아보고 곱씹는 일은 싫어했으나 글을 쓰면서부터는 과거를 자주 생각한다. 안 좋은 기억은 꺼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글로 남길 제목들을 조심스럽게 찾는다. 글이 서랍에 묻혀있듯 기억도 결국엔 머릿속에 묻혀 잊히겠지만 꺼내어 글로 쓰고, 소리 내어 읽고, 누군가에게 보이면 영원히 남을 기억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과거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시간을 걸음이라 한다면 평범한 걸음이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서 미처 몰랐던 어떤 의미와 깨달음을 발견해 내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매일 걷던 익숙한 길에서 작은 보석을 줍는 일처럼 즐겁고 놀랍다. 내가 찾아낸 과거의 발자국에는 잊고 있었던 소소한 행복과 뭉클해지는 사랑이 늘 남아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기억에만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다.
평범한 기억이라도 조금 더 특별하게 써내기 위해 한 글자 다음에 다시 한 글자, 한 문장 다음에 다시 한 문장을 묵묵히 이어간다. 마치 걸음을 한 번에 한 걸음씩 걷는 것처럼 말이다.
글 한 편이 완성되면, 또 다른 글을 시작한다.
매일 걷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