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알레르기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몇 가지 검사 방법이 있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약물 알레르기가 의심될 때 어떤 과정으로 진단을 하게 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오늘 설명드리는 약물 알레르기는 즉시형과 지연형 중 즉시형 알레르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임상적 판단이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의사가 관찰한 환자의 신체 소견, 병력(medical history), 병이 발생하기까지의 배경 상황 등을 고려하여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약물 알레르기에서는 임상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증상이 맞는지 따져봅니다. 그 후에는 증상과 약물 복용의 시간적 관계를 살펴 정말 약 때문에 생긴 증상일지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다음으로는 약물 알레르기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복용했던 모든 약이름을 조사합니다. 보통은 한 가지 약물만 복용하는 경우보다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복용했던 약 중에 어떤 약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지를 판단하기 위함입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약을 확인하여 추가적인 검사를 고려합니다.
몇몇 항생제는 ImmunoCAP이라는 혈액검사로 알레르기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확인하는 물질은 특이 IgE (specific IgE)라는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는 물질입니다. 항생제 ImmunoCAP은 대체로 낮은 민감도와 높은 특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2화에서 알레르기 검사에 대해 설명할 때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낮은 민감도와 높은 특이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양성이 나오는 경우에는 약물 알레르기로 진단할 수 있지만 음성이 나온다고 하여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음성으로 나온 경우에는 다른 확진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혈액검사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고 검사 가능한 항생제 종류도 많지 않다 보니 확진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혈액검사보다는 더 많은 종류의 약물에 대해 검사가 가능하지만 시행 가능한 병원이 별로 없습니다. 상급병원 중에서도 알레르기내과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몇몇 병원에서만 가능합니다. 검사에 사용하는 용액(알레르기 원인 약물을 용해시킨 용액)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운영 가능한 연구실이 필요하고 검사의 수요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부를 긁거나 찔러 약물을 반응시켜 보는 검사로 다른 검사들보다 쉽고 비교적 정확하며 부작용도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약물 알레르기의 가장 정확한 확진 검사이자 거의 모든 약물을 검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보통은 경구유발검사를 시행하게 되며 의료진의 감독 하에 원인 약물을 하나씩 복용해 보는 것이 검사 방법입니다. 한 가지의 약물을 복용하고 2시간 정도 반응을 기다립니다. 특별한 반응이 없다면 다음 약물을 진행합니다. 보통은 하루에 3~4가지 정도의 약물을 검사합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약물 알레르기를 진단합니다.
1. 환자의 증상과 복용한 약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2. 의심 약물을 추려낸 후 혈액검사나 피부반응검사가 가능하다면 진행합니다.
3. 혈액검사나 피부반응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약물에 대해 경구유발검사를 시행합니다.
결국 경구유발검사로 확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인 약물을 최소한으로 추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약물을 모두 먹어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 자체보다 환자와 대화하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약물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한 지식과 실제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약물의 이름과 복용 날짜, 시간 등을 정리하여 병원에 가져간다면 진료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