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기분이 많이 안 좋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어렵게 지나쳤었는데
오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어제와 같은 일상을 보내기가 어려워졌다.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들이 동동거렸지만 답을 찾지 못했고 긍정회로도 멈춰버렸다. 누군가에게 쏟아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내가 한 말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이 되고 또 변형될까 걱정스러워 어쩌지도 못했다.
그러다 집 근처 마라탕집에 들어가 마라탕과 맥주를 먹고 나니 나의 예민함이 사실은 배고픔에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져도 사고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10년 전 즈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은 일로 너무 화가 나서 아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성질도 있는 대로 낸 적이 있었다. 그때 지인이 그랬다. 속상하고 답답한 건 알겠는데 지금 감정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그러니 어서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가 싶었는데,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화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상한 감정에도 사고의 여백은 필요하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뇌가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지만 매운 음식에 집중하다 보면 사실은 스트레스가 났던 상황을 잠시 잊게 되는 것 같다. 매운맛에 집중하면서 뇌가 사고의 방향을 바꾸는 건 아닐까 싶다.
이번 주말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영화를 보면서 오늘의 상황을 잊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