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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May 24. 2024

세대전쟁 in 스웨덴

14-2. 배네른 호수의 보석들-Hindes rev와 Läckö 성



"배네른 호수는 가징 깊은 곳의 수심이 106m로, 평균 깊이는 28m야. 그 밑바닥도 해수면보다 높아. 해수면보다 높은 이 지형에 어떻게 이런 대규모의 호수가 생긴걸까? 비가 그렇게 많이 왔었나?" 


"스웨덴의 한 지질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 호수는 약 10,000 년 전 빙하기 무렵에 형성되었다고 해. 원래 빙하로 뒤덮였던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빙하가 녹으면서 전체가 물로 뒤덮였었는데, 당시 반도 동쪽의 발트해와 이 호수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지. 베네른 호수 주변에서 발견되는 조개의 이름을 따서 발트해와 베네른 호수가 연결된 이 호수 전체를  'Ancylus' 호수라고 명명했다는군.

'Ancylus' 호수


수만 년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뒤덮던 3km에 달하는 빙하가 녹으면서 그동안 눌렸었던 지표면이 반등하며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배네른 호수와 발트해는 그 사이에 있는 해협(Svea älv)으로 겨우 연결되다가 결국 분리되고 말았어.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방문했던 배테른(Vättern) 호수도 비슷하게 분리되면서 생겼다고 하는군. 


이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배네른 호수에는 일반 담수호에서 볼 수 없고 발트해나 북극해에서 발견되는 플랑크톤의 일종인 Monoporeia affinis이 발견되고, 과거 이 호수와 연결되었던 발트해의 스웨덴 연안인 보스니아 만은 염분이 낮아 겨울이 되면 바닷물이 결빙되고 있거든. 과거 담수였던 영향이 있는 거지.  'Ancylus' 호수 설이 배네른 호수의 생성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40



"80만 명을 먹일 수 있는 식수를 공급하는 이 호수는 38종의 물고기와 50여 종의 새들이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과거 수산업을 비롯해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수송로 역할을 하다보니 주변에 많은 도시들이 생겨났어. Karlstad (1584), Kristinehamn (1642), Mariestad (1583), Lidköping (1446), Vänersborg (1644), Åmål (1643), Säffle (1951), Trollhättan (1916) 등이 바로 그것이지. 2009년에는 호수 바닥에서 바이킹 선박이 발견되기도 했대." 

배네른 호수 주변의 도시들


"그럼 이 넓은 호수에서 볼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음... 많고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갔었던 두 개만 뽑아보지. 


첫 번째는 호수 남쪽 Lidköping에서 가까운 Kålland 반도의 끝에 위치한 지협(地峽)인 'Hindens Rev'야. 굳이 번역하자면 '암사슴의 암초(영어로 Hind's' reef)'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 빙하가 녹으면서 형성된 퇴적물인 빙퇴석으로 형성된 지형이지."


"맞아! 그거 참 호수 방향으로 쭉 뻗어 나온 반도가 폭이 100m도 안되는데 5km나 뻗어있어 참 독특했어. 아마 암사슴의 뿔과 비슷해서 이름도 그렇게 지었나 봐."

Hindens Rev


이 Hindens Rev는 약 11,000년 전 빙하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질학적으로는 노르웨이 남부에서 스웨덴 남서부의 Dalsland지방, Skaraborg지방과 남동부의 Östergötland를 거쳐 발트해 아래 핀란드 남부와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북유럽 빙퇴석 지대의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어. 때문에 여기는 자연보호구역이자 지질공원(Geopark)으로도 지정되어 있지. 

Hindens Rev 입구에 있는 설명 표지판



여기의 끝으로 가면 거의 수면에 잠기는 얕은 암초 지대만 있는데, 

'Hindes rev'의 끝에서(2022.7.9.)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호수 밑으로 계속 이어져 12km 떨어진 호숫가에서 다시 빙퇴석 지대가 나타나. 다시 나타난 이곳을 'Hjortens udde'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수사슴의 곶(cape)'이란 뜻이지. 암사슴의 뿔의 향한 곳이 결국 수사슴이야. ㅎㅎ"

Hjortens udde의 등대



'자, 그럼 자연이 만들어 놓은 신비를 봤다면, 인간이 만든 것도 한 번 볼까?"


"그래... 아까 보니 그 근방에 아주 예쁜 성이 있던데... Läckö 성!"

https://youtu.be/rrwjh6F6xpo?si=Es9Y3J14eULDurLH


"Läckö 성은 배네른 호수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Kållandsö에 위치한 중세시대의 성인데, 2001년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선정될 만큼 호수와 잘 어우러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지.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처럼 디즈니에 영감을 주기에 충분할만한데, 아직 나온 애니메이션은 없더라구...


이 성은 1298년 지어지기 시작했어. 당시 이 지방인 Skara 교구의 주교인 Brynolf Algotsson이 지은 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남긴 편지에도 언급이 되었다고 하지.. 지금도 이 일대는 순례길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중세에도 순례자들이 반갑게 들릴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하네.

Läckö성을 그린 옛날 풍경화


Lidköping~Läckö 순례길 표지판(오른쪽 상단 끝에 작은 사진이 Läckö성)


그렇게 종교의 재산으로 시작한 이 성은 1527년 Gustav Vasa 왕이 차지한 이후로는 왕실에 속하게 되고, 이 지역은 1658년까지 스웨덴의 서쪽 끝이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군사 요새 중 하나이기도 했어. 때문에 북유럽 7년 전쟁 중인 1566년 여름에 인근 Lidköping에 주둔하던 덴마크 군대에 의해 불태워졌기도 했지.


1615년 이 지역 사령관인 Jacob De la Gardie이 성을 소유하게 되면서 다시 증축과 보강이 되고, 특히 그의 아들인 Magnus Gbriel De la Gardie 부부에 의해 화려하게 재탄생하게 되지. Magnus Gbriel De la Gardie 부부는 스웨덴과 발트해 지역에 1,000여 개의 농장을 소유하며 거두어들인 조세를 재원으로 1654년부터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시작하며 건물 내 벽과 천장을 유명 예술가의 그림으로 도배를 해버리는데, 오늘날 중세시대 작품을 포함해 화려한 외관을 볼 수 있는 것은 다 이 부부의 덕이라고들 하는군.

Läckö 성 내부


바로크 양식으로 알려진 이 성에는 248개의 방이 있는데, J. Hammer와 B. Conrath와 같은 유명 화가의 그림, 조각품뿐만 아니라 귀중한 가구와 직조 태피스트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성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전시회, 콘서트, 오페라 공연이 개최되고, 5월부터 9월까지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데 서부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해. 성에는 회의 시설, 레스토랑과 호텔도 있어 하룻밤 숙박도 가능하다고 해."

비수기에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2021.11월)


"이 일대가 UNESCO에서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이어서 그런지, 호수와 성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그림이 따로 없네... 정말 스웨덴은 자연만큼은 축복받은 것 같아..."


"아까부터 쭉 봐왔지만, 이 큰 호수에 음료수 캔이나 페트병 하나 없잖아.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 자연보호나 공중도덕을 잘 지키나 봐. 우리도 이런 거를 좀 본받아야 하는데..."


"근데, 말이에요. 이런 깨끗한 환경이 사람들의 도덕성에서만 전적으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들도 사람인데... 꼭 '스웨덴=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도식화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여기 오는 길에 젊은 사람들이 왜 저리 부지런히 깡통을 주으러 다니냐고 궁금해서 물어봤거든요. 옷도 말끔한 사람이 말이죠."


"그래, 물론 서양이나 백인에 대한 사대주의에 젖어 그들은 항상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그런데, 그럼 그 젊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깡통을 주웠대?"


"그게요...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는 거거든요. 다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

    

https://www.lackoslott.se/en/the-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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