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ngpi May 26. 2024

세대전쟁 in 스웨덴

14-3. 배네른 호수의 청정함은 사람들의 도덕성 때문인가?

* 스톡홀름 인근 야산에서의 베리 채취(2020.9월)



한동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사태가 우리 일상에서 사라진 지 꽤 된 것 같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의 해제를 공식 발표한 것은 2023.5.5.로 이제 겨우 1년 남짓 지났다. 우리는 이 유래 없는 사태를 겪으며 많은 변화를 겪고 예상치 못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아주 먼 일이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온 이후 고민했었던 많은 것을 잊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동안 희한한 일을 많이 겪었는데, 그중 하나가 코로나 사태 이후 대표적인 플라스틱 제품인 페트(PET) 병 재활용업체 주요 8개사의 적체량이 수용 범위의 72.9%(2020.4월 말 기준)에 이르며 정부가 처음으로 이에 대한 공공 비축에 나서는 등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제2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보도된 적이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따른 언택트 경제의 활성화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이다.

 

당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는 그 폐기물의 배출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었지만,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와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미국ㆍ유럽 등의 재활용품을 가공한 재생원료 수요 급감하면서 폐기물 관련 수출이 감소하고, 유가 하락으로 플라스틱 제조 단가마저 하락하여 굳이 재활용품을 사용할 수요도 감소되었으며,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방역 물품, 택배ㆍ배달 관련 1회 용품의 증가로 급기야 문제가 악화된 것이었다. 


특히 페트병의 증가가 두드러졌었는데, 당시 정부는 2020년을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첫 해로 정하고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2월)’, 재활용품 가격연동제 등 ‘재활용시장 안정화 대책(4월)’를 발표하면서 페트병을 포함한 폐플라스틱의 감소 및 재활용에 적극 대응하고 있었지만, 페트병의 높은 분리배출 비율(80%) 대비 재활용률이 낮았고(전체 분리 배출량의 45%), 연간 폐기물 처리비용은 15~23조로 추정되는데 비해 주무 부처(환경부)의 예산은 크게 부족하였으며(7.8조, 2019년), 기존 폐기물 관련 시설의 처리 능력마저 한계에 이르고 있어 코앞에 닥친 '쓰레기 대란' 상황의 극적 반전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맞아, 그때 그 뉴스보고 좀 어이가 없었지. 정확히 모르긴 몰라도 스웨덴 같이 선진국들처럼 플라스틱 폐기물 좀 잘 처리했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대부분 재활용할 거 아냐?"


"어.. 그건 좀 사실과 달라요. 2019년 스웨덴 환경보호청(Naturvårdsverket)에서 발간한 'Plastic in Sweden'에 따르면, 2016/2017년 기준 스웨덴 국내에서 생산된 플라스틱류는 총 125.8만 톤으로 비율은 포장재료(26%), 건설자재(21%), 차량부품(11%), 전자제품(3%), 페트병(2%) 순이었는데, 같은 해 발생한 총 170.5만 톤(수입 9.5만 톤 포함)의 플라스틱 폐기물의 76%는 중앙난방 등 에너지 생산을 위해 소각되었고 재활용은 7.8%에 불과했거든요. 1950년~2015년간 발생한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소각 처리 비율이 13%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에요. 물론 이게 오래된 자료라서 그렇고 최근에 발간된 다른 자료에는 소각이 52%로 줄고 그만큼 재활용이 47%라고 언급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소각의 비율이 높죠."


"오, 그래? 한때 미세먼지 청정분야 세계 1위까지 했던 환경 천국 스웨덴에서 소각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 상당히 의외인데? 다른 폐기물들도 그렇게 하나?"


"일반적으로 폐기물 처리는 매립, 소각, 재활용, 기타로 구분되는데, 스웨덴의 전체 쓰레기 처리에 있어 매립(Landfill)은 2000년 이후 매립세(tax)를 계속 증액하고(SEK 250/톤→2006년 SEK 435/톤), 가연성(2002년)ㆍ유기화합물(2005년)의 매립을 금지한 이후 사실상 금지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소각(Incineration)의 경우, 1940년대부터 쓰레기를 소각하여 전력과 가정용 난방에너지로 전환하는 발전소를 운영하기 시작해서 현재 34개 발전소가 연간 200만 톤을 처리 운영하고 있죠.


1990년대부터 시작된 쓰레기 재활용(Recycling)은 생산자 책임 부과 이후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고, 쓰레기를 생물학적 처리를 거쳐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요.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별 재활용률을 보면 페트병이 가장 높은 재활용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부분 재활용 제품 원료용 플레이크(flake)로 생산되고 전체 플라스틱 병 생산의 50%가 이를 활용하고 있지요. 전자제품에 있는 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을 생산해 아시아나 유럽으로 수출하고, 절반 이상은 주로 시멘트 업계에서 소각하는데 써요. 나머지는 분리가 불가능한 혼합된 폐기물의 형태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소각되지요."

스웨덴의 플라스틱 폐기물별 재활용률(2016/2017년 기준)


"그래? 그럼 스웨덴에서 폐기물 수거와 재활용은 어디서 책임지고 처리하는 거야?"


"기본적으로 가정이나 기업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쓰레기의 수집과 처리는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ies)에서 담당해요.  화분, 정원용 가구, 장난감, 양동이, 화물운반대(pallet), CD케이스 같은 플라스틱 폐기물 덩어리(Plastic bulky waste)나 기타 비포장용 소형 플라스틱 제품(Non-pacckaging small plastic items)등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주로 소각되지요.


다만, 위에서 설명한 분리되지 않은 폐기물 덩어리 등을 제외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거와 재활용 처리는 1994년부터 그 생산자가 책임지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관련 시스템의 운용과 그 재정 부담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요."


"생산자 책임?"


"네. 예를 들면 1회용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 자체를 생산하는 업체가 아닌, 해당 용기를 이용해서 도시락을 생산하는 업체를 의미해요. 플라스틱을 이용해 제품을 제조하거나 폐기물을 수입하는 10,000여 개의 업체로 구성된 '포장&신문수거협회(Förpacknings och Tidnings Insamlingen, FTI)'가 페트병 이외 플라스틱 포장재료 폐기물 관련 수거ㆍ운송 업체와 계약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 관련 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요."


"그럼, 페트병은 누가 처리해? 재활용률이 80%가 넘는다면서?"


"페트병은 '반납 조건 보증금 시스템(PANT)' 제도를 통해 수거가 돼요. 이 시스템은 '스웨덴 농업위원회(Jordbruksverket)'의 관리 하에 민간기업인 Returpack Svenska AB가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이 시스템의 운영 비용은 페트병을 사용하는 음료 생산업체들이 부담하고 있어요."

스웨덴의 폐기물 수거와 재활용 책임 현황(Collection & recycling of plastic waste(2014.6), Norcid Council of Ministers)


"그런데, 우리가 스웨덴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에 대해 다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데... 그냥 페트병 같은 것으로 한정해서 보자. 사실 아까 우리 주변에서 애들이 페트병이나 알루미늄 캔만 집중적으로 줍던 것 같던데."


"맞아요. 사실 방금 전 얘기한 '반납 조건 보증금 시스템(PANT)'을 말하고 싶었거든요. 스웨덴의 대표적인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성공 사례인 보증금 환불 제도(Deposit and Return System)인 ‘PANT’ 시스템은, 1984년 알루미늄 캔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10년 뒤 즉석음료(ready-to-drink)용 페트병까지 확대했는데, 이들 알루미늄캔과 페트병은 반드시 승인된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도록 2006년 국내법으로 규정되었어요."

PANT 시스템의 무인 반납기에 페트병을 넣으면서 기뻐하는 바보들(2019.9월)


"'PANT'가 무슨 뜻이야?"


"'PANT'는 스웨덴어로 '질권' 또는 '저당권'이란 뜻이에요. 아까 슈퍼에서 콜라 하나 사실 때 캔에 보면 PANT 마크가 붙어있는데, 'PANT 2KR'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이 캔에는 2KR(크로나-SEK, 스웨덴 화폐 단위)의 담보가 붙어있다'는 뜻이에요." 

PANT 마크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예를 들어 진열대의 가격은 10 SEK로 표시되어 있지만 'PANT 2KR'이 표시된 캔을 사면 실제 계산 시는 12 SEK로 지불해야 해요. 이후에 다 마시고 온전한 상태로 PANT 기계에 반납하면 2 SEK가 찍힌 정산증이 나오는데, 이 정산증은 다른 물품을 구매할 때  할인쿠폰과 같은 역할을 해요. 


즉 내가 'PANT 2KR'이 표시된 캔 10개를 온전히 사용해 PANT 기계에 반납하면 20 SEK의 정산증이 나오고, 이후 200 SEK 어치의 물건을 살 때 이 정산증을 제출하면 180 SEK만 내면 되지요. 간단히 말해, 음료를 구입 시 보증금 등이 포함된 가격을 지불하고, 기 사용한 페트병을 소매상에 설치된 기기를 통해 반납하여 보증금을 환불받는 거예요." 


"오, 빈 알루미늄 캔이나 페트병이 제대로만 반납하면 '돈'이 되는구나! 이걸 어디서 담당한다고?"


"스웨덴 농업위원회가 제도의 전반적인 운영을 주관하면서 관련 업체에 대한 감독ㆍ제제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담당하고요, 스웨덴 양조업협회(Sveriges Bryggerier)ㆍ식품소매업자연합(Livsmedelshandlarna)ㆍ식료품점협회(Svensk Dagligvaruhandel)가 지분을 소유한 민간기업 Returpack Svenska AB가 전국에 3,000여 개의 소매점에 설치된 무인 기기를 통해 페트병을 수거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어요."


"3,000여 개? 그거 운영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겠는데?"


"그렇죠. 하지만 즉석 음료를 페트병 등에 담아 판매하는 업체들은 PANT 제도 운영을 위해 1) 매년 10,000 SEK(한화 130만 원)를 스웨덴 농업위원회에 납부하여 Returpack Svenska AB의 재활용 시스템 운영 경비로 사용하도록 하고, 2) 소매상에는 1~2 SEK의 보증금과 행정비(administration fee)를 포함하여 납품해요. 


소매상은 수거 기기의 운영비와 소비자에게 지불한 보증금을 Returpack Svenska AB로부터 보상받고, Returpack Svenska AB은 수거된 페트병 등을 분류 및 처리 후 재활용 원료(flake) 제조업체 Cleanway Svenska PET AB에 판매하는 거지요."


"그래... 어떤 기사에서 보니까, 한국의 경우 공병 환불 시스템에 있어 소비자가 빈 병을 상점에 가져다주어도 큰 마트면 모를까 작은 규모의 상점은 그걸 받아 보관할 장소도 작고 관리할 직원 및 예산도 없다 보니 소극적이라고 하던데, PANT 시스템은 소매상들에게 그 수거에 대한 비용을 보상하고 소매상으로부터 수거해 간 Returpack Svenska AB도 음료 등을 생산한 업체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으니 선순환이 되는 거구먼."

Returpack Svenska AB를  중심으로 한 PANT 제도상 재정거래 흐름도


"이러한 선순환을 바탕으로 스웨덴은 PANT 제도를 통해 2019년 23,244톤의 페트병을 수거하여 전체 생산량(25,000 여톤 추정)의 90%에 육박하는 수거율을 기록하였고, 이를 통한 재활용도(스웨덴 정부의 목표는 90% 이상)는 84.1% 달했다고 해요. 


스웨덴 환경청과 Returpack Svenska AB사는 상기 높은 수거율 및 재활용도를 기록한 이유로 1) 페트병 제작 단계에서부터 수거가 용이하도록 모양 등을 규격화하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와 디자인을 통해 생산 2)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및 적정 보증금의 제시를 통해 반납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도 제공 3) 반납 시에도 전용 기계를 통한 양질의 페트병만 수집이 되도록 하여 재활용을 극대화 한 점을 꼽고 있어요.


실제로 슈퍼마켓에 설치된 전용 수거 기계에 페트병이나 알루미늄 캔을 투입할 때, 찌그러지지 않고 안에 내용물이 없는, 쉽게 말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들만 받아들이지 그렇지 않은 것들은 뱉어내거든요. 그러니 사람들이 그 안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집어넣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보관해 가져오고, 수거업체 입장에서도 1차적으로 기계가 그렇게 걸러주니까 양질의 페트병이나 캔을 큰 수고 없이 걷어가는 거예요."


"이야. 정말 사람들이 도덕심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보상해 주니, 나쁜 놈들도 보상금을 받으려면 신경 쓸 수밖에 없겠는걸. 소매상도 무인 기계만 관리하면 되니 큰 비용도 안 들고, 수거업체도 비용을 지원받으니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구만."


"현재 수거된 페트병은 대부분 재활용을 통해 다시 페트병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높은 순도 때문에 재활용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Returpack Svenska AB사는 페트병 재활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주력하면서 도시 지역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Volvo사는 2018년 신모델 XC60 T8 스페셜의 바닥 매트를 페트병에서 얻은 섬유로 제작하는 등 기업도 재활용을 확대하고 있지요. 2025년까지 차량 제작에 25%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쓴다는 계획도 발표했고요. 

Volvo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차량 제작 홍보


단순한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재활용을 통해 또 다른 상품가치를 올리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인 것이죠. 환경도 보호하면서, 제품 단가도 낮출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이미지도 개선하는."



"참... 고개를 끄떡이게 하네. 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왜 페트병 재활용만 얘기하는 거야?"


"페트병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재활용 원료로서 상품가치가 높고 일반 대중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리배출 대상이다 보니, 페트병 분리수거를 시범사업 대상으로 추진하고 시행 결과 분석을 통해 다른 플라스틱 폐기물로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 페트병은 분리배출 비율은 높지만 이를 재활용하는 비율이 저조한데, 이는 잘 떨어지지 않는 라벨ㆍ뚜껑, 불순물등 이물질이 많아 수거 후 재활용 제품을 위한 원료로 분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분리 배출량의 증대가 아닌 배출된 페트병의 질적 향상이 필요한데, 보증금 환불이라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분리 배출량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전용 기기를 통해 규격화되고 이물질 없는 페트병을 수거할 수 있어 재활용 재료로서 질적 향상을 도모하면서도 수거에 필요한 인건비 등 비용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는 PANT 시스템은 우리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이 시스템은 페트병의 재활용 시스템 운영에 있어 생산자들도 관여하게 되어 책임과 비용 분담이 가능하며, 유통 초기 단계부터 재활용에 적합한 페트병에 대한 고려 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재활용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효과도 기대 가능하죠."



"그렇네... 이건 사람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나는 또 무엇보다 이 시스템 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Returpack Svenska AB사의 존재가 눈에 뜨이더라고."


"맞아요. 코로나 시기 우리나라에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을 때, 당시 연간 폐기물 처리비용은 15~23조로 추정될 만큼 대규모 예산이 소요됨에도 이에 대한 수거ㆍ처리ㆍ가공은 인력과 자본이 영세한 업체나 지자체 산하 기관이 처리하고 있어, 발생하는 폐기물이 폭증할 경우 업체의  처리 능력을 초과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야기되는 것이 주요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거든요.


1만여 플라스틱 제조 업체로 구성된 포장신문수거협회(FTI)나 페트병 사용 즉석음료 생산업체의 지원을 받는 Returpack  Svenska  AB가 플라스틱 폐기물의 처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스웨덴의 사례처럼, 재활용 등 폐기물 처리에 있어 '생산자의 책임'을 법제화하고 종류별 책임을 구체화시켜 플라스틱의 생산ㆍ유통ㆍ폐기ㆍ재활용 업체 전반에 걸쳐 책임과 비용을 분산시킨다면 전체적인 처리 역량이 강화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PANT 제도처럼 생산자에게 책임만 지우는 게 아니라 납품 시 보증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Returpack AB과 같이 별도 관리 회사를 두는 등 부담을 경감해 주는 조치도 동시에 고려해야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이건 폐기물 처리의 전체에 대한 건데, 환경 선진국인 스웨덴에서 소각의 비중이 높다는 것에 깜짝 놀랐어. 완전 의외야."


"맞아요. 2019.9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표한 '국내외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현황 및 해결방안'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유형별 비율에서 '소각'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전히 그 인식이 좋지는 않지요.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강력한 주민반대에 부딪치는 일이 다반사이고요.


그런데, 스웨덴의 경우 폐기물 처리의 절반 이상을 소각을 통해 전력 생산 및 난방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고, 이를 위해 쓰레기를 수입할 정도예요. 스웨덴 환경청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은 주로 노르웨이(47%)와 영국(38%)을 비롯한 유럽국가로부터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고 그 양도 2009~2018년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전체 수입량의 88%는 에너지 생산(소각)에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예전부터 소각은 스웨덴의 폐기물 처리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왔고, 현재도 전체의 50%를 넘는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폐기물 처리 방법 변화 추이(1992~2011년). 노란색이 소각(Incineration).

 

"물론, 소각을 통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는 보관량을 줄이면서 에너지 생산도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다이옥신 등 유독물질, 미세먼지(PM2.5 또는 PM10) 등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황산화물 등을 배출하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네, 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그럼 스웨덴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걸까요?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국가별 '환경성과지수(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EPI)'의 가장 최신 버전인 2022년 결과보고서를 보면, 스웨덴은 조사대상 180개국 중 종합 5위를 기록했는데 '공기의 질(Air Quality)' 분야에서는 1위를 기록했어요. 


참고로 수도인 비엔나 한복판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각장 중 하나인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방문 필수 코스로 만든 오스트리아도 종합 8위 및 공기의 질 분야 19위를 기록했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종합 63위와 공기의 질 분야 30위를 기록했어요."

2022년 환경성과지수(EPI) 평가 중 '공기의 질' 분야 국가별 순위


"우와, 진짜네. 하긴 나도 전에 오스트리아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에 가봤는데, 시내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15분 만에 도착할 만큼 도심 한복판에 있었고 예술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가 굴뚝과 외관을 디자인해서 한눈에 띄고 관광객들로 엄청 북적였었어. 이 소각장에서 폐기물을 소각한 뒤 배출하는 유해물질은 굴뚝 밖을 나가기 전 특수 개발한 필터에 의해 모두 걸러지는데, 굴뚝 밖으로 배출하는 물질 대부분은 수증기라고 설명을 들은 것이 기억이나."

오스트리아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 전경


"맞아요. 호주 공영방송 ABC가 2018.8.13. 스웨덴의 플라스틱 소각 취재를 하면서 ‘스웨덴은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 왔고 스톡홀름 거주자들은 매립보다 소각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처럼, 엄격한 규정, 지속적인 모니터링,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폐기물의 재활용 전환이 쉽지 않은 점을 들어 재활용(material recycling)의 형태로 봐야 한다는 반론까지도 나오고 있지요."


"그럼 정말 소각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까?"


"그거야 전문가들 영역이니까 여기서 말씀드리긴 뭐 한데... 환경 선진국들이 많은 유럽에서 이미 그 유효성이 입증되고 있고,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의 천연가스 공급의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재활용 차원에서 소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해요. 미국 산타바버리 캘리포니아대(UCSB) 롤런드 기어 교수팀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처리 방법별 누적 비중에 있어 소각(50%)이 재활용(44%)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그렇게 보면, 소각도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의 수단으로써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로 남겨두어 스웨덴의 ‘쓰레기를 활용한 발전소(waste-to-energy plant)’ 운영 사례처럼 에너지 창출 등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한다던가, 대기 배출 허용 기준 강화 등 규정 정비나 각종 오염원에 대한 배출 관리 모니터링 등의 행정적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EU권에서는 폐플라스틱 소각을 전력 생산 원료로 사용하는 것 이외 독일 등을 중심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대체 연료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2019.9월 삼표시멘트가 삼척시에 가연성 생활폐기물 연료화 전처리시설을 준공하는 등 시멘트 제조 공정에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는 시도를 한 바도 있어요." 



"그래, 오늘 우리가 아주 길고 긴 논쟁을 했군. 원래 배네른 호수가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 없이 왜 이렇게 깨끗한가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했는데 말이야. 다 들어보고 나니, 이야기 전에 말했듯이 이건 스웨덴 사람들이 태생적으로 도덕적 우월성이 높기보다는, 그들이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을 수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겠어.


우리는 종종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를 사진 몇 장 올려놓고 지상천국이네 선진국이네 하면서 단순히 사례로만 언급하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깊게 안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무슨 맹목적인 숭배 하듯이 말이야. 그러면서도 정작 소각을 재활용으로 인식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간과하지. 그게 정말 중요한데. 그들이 누리는 깨끗한 환경과 자연은 그들이 누릴 자격이 있기 때문이야.


북유럽의 시스템은 연구의 대상이지 숭배의 대상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해. 우리도 그들이 갖지 못한 훌륭한 시스템도 많이 있고, 또 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더 우리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거든."   


스톡홀름 스트란드베겐(Strandvägskajen) 해안 길에 위치한 공기질 측정 오벨리스크. 1994년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가 시민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기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대전쟁 in 스웨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