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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Jun 21. 2018

타자라 열차 타고 60시간, 아프리카 삶 엿보기

잠비아 뉴카프리음포시-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볼펜 좀 던져주세요! 종이에 글씨 써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긴 어렵다. 관광지에서 유명한 투어를 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레스토랑에 들러 음식을 먹다 보면, 여기가 아프리카 인지 실제로 체감하기가 힘들다. 남아공에서는 인기 있는 와인농장에 들르거나, 펭귄을 볼 수 있는 비치를 여행했다. 나미비아에서는 거대한 사막의 풍경을 보고 곧바로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빅 5(코끼리, 사자, 물소, 코뿔소, 표범)를 찾는데 여념 없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원주민을 찾는 게 어떨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비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주민들도 관광화 되어 있어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기에 바쁘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줬던 흑인도, 에어비앤비의 흑인 주인도, 여행지에서 만난 흑인 투어 가이드도.. 우리는 계속해서 현지인들을 만났지만 목적 있는 대화만 오갔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평소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었던 우리는 '타자라 열차' 여행을 선택했다. 타자라 열차는 잠비아의 뉴 카프리 음포시-탄자니아의 다르 에스 살람 구간을 잇는 열차다. 현지인들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부딪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자 또 하나의 여행지다.








▲잠비아-탄자니아를 잇는 타자라 열차. 관광객은 우리 자매뿐이었다.


▲2등석, 침대 6개 칸에서 동고동락했다.


▲3층 침대에서의 생활, 그리고 식당에서 자세히 보면 나 있음!









 2등석 침대칸이다. 모두 6명이서 함께 생활했다. 타자라 열차는 여자와 남자가 함께 지낼 수 없다. 우리 방에는 잠비아인 할머니와 젊은 아기 엄마, 탄자니아 아주머니가 함께 했다. 두 아이의 엄마는 우리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우리가 30대라고 하자 결혼 여부와 아이에 대해 물었다. 아직 결혼은 안 했고, 직장에 다니다가 여행을 왔다고 하니 엄청 놀라는 눈치다.


 보통 아프리카에서는 16살에 결혼을 한다고 말해준다. 헉! 순간 우리가 더 놀랐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결혼 풍습이나 적정 시기 등에 대해 하나도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고등교육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 일찍 결혼하다고 한다. 특히 잠비아에서는 결혼할 때 남자가 여자 부모님께 정해진 돈을 줘야 하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무척 어려워한다고.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고등학생인 젊은 아기 엄마와 결혼 시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타자라 열차에서는 룸메이트, 아니 하우스메이트라고 부른다.



▲기차 밖에서 싼값에 과일을 사먹을 수 있다. 망고가 500원, 수박 200원 등이다.









 기차 내 휴게실이다. 잠시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먹으며 여행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차 밖에서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볼펜'을 달라고 외친다. '돈'이나 '먹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볼펜을 달라고?'



 아프리카에서도 소위 시골 혹은 빈민가는 학교가 없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뿐 아니라 종이와 펜 조차 없는 것이다. 가지고 있던 볼펜을 기차 밖으로 내밀어 보였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펜이 없다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리카의 교육환경은 더 열악했다. 휴게실에 함께 있던 잠비아와 탄자니아인들이 아이들이 '볼펜' 다음으로 원하는 건 '페트병'이라고 말해줬다. 관광객들이 사 먹은 물과 음료수의 빈 페트병을 모아 생활을 유지한다고 한다. 다 쓰지도 않은 펜을 질렸다고 버리고, 매일같이 새 펜을 샀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모나미 펜을 나눠 줄 수 있으려면 좋으련만..





▲정차하는 기차역마다 상인들이 몰려든다.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이 다 다르다.



▲잠깐 쉴 때마다 잽싸게 나가서 현지인들과 얘기도 나누고 먹을 것도 사 먹었다.











 삼시 세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기차 내 레스토랑이다. 남아공과 보츠와나 쪽에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찾았을 때다. 치킨과 함께 새하얀 무언가가 같이 나왔다. 처음에는 밥인가 하고 숟가락으로 퍼봤더니 아니다. 걸쭉한 게 마치 밀가루 덩어리 같기도 했다. 우리 입맛에 안 맞아서 그냥 안 먹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타자라 열차에 탄 현지인들이 손으로 이 하얀색 걸쭉한 걸 주무르면서 먹고 있었다. 이름은 바로 '시마(Nshima)'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식사를 할때 꼭 같이 먹는, 우리나라로 치면 '흰쌀밥'이다. 주식에 대한 정보도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무지했다. 


 시마의 원료는 옥수수다. 시마는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 손으로 주물럭 걸렸다가 먹었을 때 더 맛이 좋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식사 전에 손을 씻고, 시마를 반죽 떼듯이 떼어 주물럭 거렸다. 주로 생선이나 치킨, 염소고기와 곁들여 먹는다. 우리도 시마 먹기를 다시 시도했다. 살짝 심심한 맛이 있어 매운 칠리소스를 뿌려 먹었다. 마치 비빔밥처럼 야채를 곁들여 비벼 먹었더니 정말 꿀맛이다.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를 흐르는 잠베지 강에서만 잡힌다는 '림' 생선, 정말 별미다.










 정차와 지연운행, 단수 등을 반복하며 60시간 만에 잠비아에서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2박 3일 정도 걸렸다. 열차는 정차할 때마다 20~50분가량 쉰다. 기차역 바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이 있어, 근거리에서 그들의 생활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차 승객들에게 간단한 현지 음식을 조리해서 팔기도 한다. 물론 60시간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든 면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배낭여행객으로서 현지인들과 가장 가깝게 살 부딪히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이었고,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이었다.



 우리 자매는 타자라 열차를 교통수단이 아닌 여행지라고 부르고 싶다.





▲현지인들과 얘기할 기회, 현지 음식을 먹어볼 기회를 놓치지 말자.








 타자라(TAZARA, Tanzania-Zambia Railway Authority) 열차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과 잠비아의 카피리음포시를 잇는 동아프리카 철도다. 탄잠(Tanzam)열차 혹은 스와힐리어로 자유를 뜻하는 우후루(Uhuru)열차라고 불린다.

 타자라 열차는 잠비아가 소수 백인정권이었던 로디지아와 남아공과의 경제적 의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잠비아와 탄자니아, 중국의 합작이다. 잠비아는 타자라 열차를 통해 백인이 통치하고 있는 영토를 통과하지 않고 구리 광물을 항구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열차는 일주일에 화, 금 두 번 운행한다. 화요일은 급행이고 금요일은 완행이다. 단선 길이가 1,860km에 이르며, 총 운행시간은 36시간이지만 60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의 경우 타자라 열차를 타고 기차 밖 경치와 야생을 경험하기 위해 이용한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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