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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Jun 14. 2018

108m 빅토리아 폭포 꼭대기, 악마의 수영장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여행지 잠비아 데빌스 풀(Devil's Pool)






          

 “미친 거야? 빅토리아 폭포 끝에 들어간다고? 떨어지면 그대로 죽는 거잖아?”

 “가이드랑 같이 안전하게 들어간데. 가기도 전에 오버 좀 하지 마”


 “발 미끄러져서 폭포 아래로 추락하면 어쩔 건데?”

 “죽은 사람 한 명도 없데. 그놈의 호들갑은..”     









  동생은 아프리카 여행 중 가장 하고 싶은 액티비티로 ‘악마의 수영장’을 꼽았다. 번지점프도 스카이다이빙도 래프팅도 아닌 악마의 수영장이라니. 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동생은 유튜브로 악마의 수영장 관련 동영상을 보여줬다. 믿기 힘들었다. 빅토리아 폭포 꼭대기에서 다이빙으로 물속에 뛰어드는 여행객들을 보고도 조작된 동영상이라고 생각했다.       



 악마의 수영장에 갈지 말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항상 ‘안전’을 최우선시했지만 동생은 ‘스릴’에 초점을 맞췄다. 언제 다시 갈지 모르는 나라이니 한번 간 김에 다해보자는 식이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여행 때도 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 폭우가 쏟아지는 날 래프팅을 하게 됐다. 우린 급류에 휘말려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다.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객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고도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두 사람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이렇게 여행지를 놓고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웅장한 굉음, 빅토리아 폭포 


▲건기인 9월에 방문해 수량이 적었다.



▲건기에 빅토리아폭포를 방문하면 악마의 수영장을 갈 수 있지만, 반면 수량이 풍부한 폭포수는 보기 힘들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아찔한 여행지 TOP10에 든다는 악마의 수영장은 1년에 9~10월에만 방문이 가능하다. 빅토리아 폭포가 건기에 접어들어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상에 도대체 누가 이런 곳을 발견했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긴 빅토리아 폭포를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일 텐데, 굳이 폭포물이 떨어지는 맨 위에서 수영을 해야 할까.      



“악마의 수영장에 갔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 있어요?”

“떨어져 죽었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겠지? 하하하 ”     



 잠비아에 도착하자마자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에게 악마의 수영장에 대해 물었다. 아저씨의 답변에 더욱더 공포감이 밀려왔다. 악마의 수영장에 가는 날까지 레스토랑에서 만난 외국인과 현지인들에게 수소문을 했다. 죽은 사람이 있냐고 말이다. 나도 어지간히 무서웠나 보다. 답변은 모두 똑같았다. 떨어져 죽은 사람이 있었지 언정 한국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거란다. 





▲짐바브웨와 잠비아를 가로지르는 빅토리아폭포, 그 중에서 잠비아 측에서만 악마의 수영장에 갈 수 있다. 빅토리아폭포 맨 위에 도착하자마자 무지개가 우릴 반겨줬다.



▲악마의 수영장, 입수 준비!










 악마의 수영장에 가는 날, 혹시라도 미끄러져 죽을까 봐 슬리퍼 대신 운동화 끈을 질끈 묶어 맸다. 카메라 신경 쓰느라 사고라도 날까 봐 꼭 들고 다니던 DSLR 카메라마저 숙소에 두고 나왔다. 미국인 노부부 2명과 체코와 호주에서 온 두 커플까지 모두 8명이서 출발했다. 리빙스턴 호텔에서 출발한 보트는 빅토리아 폭포 위를 거칠게 내달렸다. 곧 폭포 위 지상에 도착했다. 우기에는 엄청난 수량으로 아예 보이지 않던 곳이, 건기가 되면 이렇게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바싹 마른다. 



 가이드는 본격적으로 악마의 수영장에 가보자며 핸드폰과 카메라 등 전자기기를 모두 수거해갔다. 사진 촬영은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가 다 알아서 찍어준다.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에 여행객을 앉혀 놓고 수십 장의 사진을 연사로 찍어준다. 혹시라도 고가의 전자기기가 폭포 물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가이드가 대신 사진 촬영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는 굵은 밧줄이 바위와 바위 사이에 연결되어 있다. 이 생명줄 같은 선을 잡고 조심히 발을 내디뎠다. 물속에 바위가 어찌나 날카롭던지 조금이라도 정신을 놨다간 쉽게 베일 것 같았다. 아니 바위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내 목숨이 날아갈 판이다. 



 108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의 굉음이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악마의 수영장 근처에 도착하자 물안개가 자욱했다. 마치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았고, 옆 사람이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폭포 소리가 컸다.      





“우와! 쌍무지개야! (가이드에게) 더블 레인보우! 더블 레인보우!”

“코리안~ 무지개 처음 봐요? 하하하 난 맨날 무지개 봐요. 발이나 조심해요. 엄청 미끄러울 거예요!”    



 

 쌍무지개를 보고 흥분해서 가이드에게 말해봤지만 반응이 영 까칠하다. 쌍무지개도 좋지만 제발 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마 가이드도 여행객의 안전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다. 바로 밑이 낭떠러지니까 말이다. 여행객들이 한눈팔지 않도록 계속 신경을 써줬다. 매일 이곳에 오는 만큼 어떤 바위를 밟으면 안 되는지, 어디가 미끄러운지, 어떤 자세로 서있어야 안전한지 등을 자세히 알려줬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결국 깊이가 4m나 되는 악마의 수영장에 가이드 등에 업혀 들어갔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외국인들은 겁도 없이 점프를 해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장 끝, 그러니까 빅토리아 폭포 맨 끝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봤다. 물이 떨어지는 속도와 굉음, 하얗게 피어오른 물보라와 쌍무지개까지! 여길 오길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스쳤다.   




“진짜 엄청난데! 어떻게 우리가 폭포 끝에 매달려 있을 수 있지?”

“그러니까 죽기 전에 꼭 와봐야 한 댔잖아.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지?” 








▲두둥! 악마의 수영장!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경험!









         


 우리 자매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각자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같이 돈을 모으고, 같이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함께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여행지에서의 단독 행동도 없었다. 물론 싸우는 일은 잦았지만 그렇다 고해서 한 명은 놀러 나가고, 한 명은 숙소에서 쉬고 하진 않았다. 각자 취향을 존중해 ‘따로’ 돌아다니기보다는, 각자 취향을 존중해 ‘함께’ 두 곳 모두 돌아다녔다. 예컨대 동생은 잠비아&짐바브웨에서 악마의 수영장을 가고 싶어했고, 나는 사자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체험을 하고 싶었다. 그럼 두 곳 모두 가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에게 여행 스타일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일처럼 나는 악마의 수영장이 무섭고 싫었지만 결국엔 매우 만족했다. 가족이든 친구든 함께 여행을 가도 각자 스타일과 취향이 달라 애먹을 때가 많다. 취향이 다르다고해서 혼자만의 생각을 고집한다면 차라리 혼자 가는 게 낫다. 처음에 함께 비행기 표를 끊은 이상 둘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는 걸로 약속을 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 자매는 몇 년째 ‘여행 동행자’ 관계다. 서로 하기 싫은 것도 많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암묵적으로라도 모든 걸 함께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쌍무지개가 뜨는 빅토리아 폭포 꼭대기에서 나는 동생이 그토록 좋아하는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고, 동생은 내가 지레 겁먹고 포기할 뻔 한 여행지에 도전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었을 거다.                     









(↓아래 링크주소 or 동영상을 클릭하면 악마의 수영장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instagram.com/p/Baybemwlj3U/







-악마의 수영장 (Devil's pool) 


 악마의 수영장은 잠비아 측 빅토리아 폭포에서 건기에 해당하는 9~10월에만 들어갈 수 있다. 빅토리아 폭포 위에서 수 천년 동안의 침식으로 바위 웅덩이가 형성된 천연 수영장이다. 들어갈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예약은 필수다. 악마의 수영장으로 가는 시간대별로 투어 가격이 다르며, 보통 6~10명의 한 그룹에 2명의 가이드가 동행한다. 아침과 점심, 저녁 시간대별 투어 가격이 다른 이유는 투어에 포함된 식사 퀄리티다. 아침 시간대는 간단한 브런치를 주기 때문에 가장 싸고, 쌍무지개를 볼 수 있어 가장 선호한다. 악마의 수영장은 꼭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카메라나 핸드폰 등 전자기기는 가이드가 맡는다. 108m 아래로 떨어지는 거대한 물줄기와 물안개, 쌍무지개 등과 함께 가장 적절한 구도로 알아서 사진을 찍어준다. 악마의 수영장 끝부분인 절벽에 올라간다거나 여행객들끼리 서로 장난을 치는 위험한 짓은 절대 금지되어 있다. 워낙 위험한 장소이다 보니 웬만하면 가이드가 하지 말라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하단의 YES24 링크타고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406581?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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