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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Jun 07. 2018

세상 편한 커피숍, 오카방고 델타

-보츠와나 마운, 세계 최대 습지에서 전통 배 모코로 타기





"하늘 반, 물 반, 그 중간 어디쯤엔 동물들이 왔다 갔다 하는 커피숍. 

여기는 오카방고 델타 커피숍입니다." 










 물에 들어가면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처럼 생긴 나무로 만든 배 '모코로'. 혹시 몰라 가이드 아저씨한테 구명조끼는 있는지, 배에 모터가 달렸는지 등을 물었다. 맨발의 가이드는 웃으면서 긴 막대기 하나를 보여준다. 이 막대기 하나에 의지해 출발할 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겁을 준다. 



 요즘 정신수양을 위해 많이 찾는다는 템플스테이가 이런 느낌일까? 모터도 없는 작은 배 모코로에 앉아 물 위에서 수시간을 떠있었다. 폴러(배를 젓는 사람 겸 가이드)가 수풀을 향해 노을 저을 때마다 들리는 '스윽 스윽' 소리가 전부다. 수풀들끼리 부딪치는 소리 말이다. 


 내가 보는 시선은 위로는 새파란 하늘, 아래로는 맑고 깨끗한 물이 전부다. 잡생각이 없어진다. 평안하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시간을 따라 저절로 흐르는 느낌이다. 여기는 아프리카 최대 삼각주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다.   

 





▲모코로는 여행객 말고도 현지인들의 짐 운송수단으로도 쓰인다. 남성과 여성 모두 노를 저을 수 있다. 







 


 모코로 2개를 나와 동생이 각각 나눠 타고 출발했다. VIP석인 것처럼 우리는 맨 앞쪽에 앉았고, 폴러 아저씨가 맨 뒤쪽에 일어서서 노를 저었다. 물에 뜨자마자 모코로는 스피드를 내 앞으로 향했다. 모코로는 살짝만 흔들려도 그 흔들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모코로 밖으로 손을 내밀거나, 손을 물속에 넣는 행동은 금지다. 오카방고 델타는 야생 그대로기 때문에 식물에 의해 손을 쉽게 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속에 악어가 산다는 사실.



 가이드 아저씨들의 눈은 망원경보다 좋다. 아니 내 비싼 DSLR망원렌즈보다 훨씬 좋다. 수풀 속에서 아프리카에만 있다는 희귀 하얀 개구리를 보라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았다. 가이드는 계속해서 조그맣고 희귀한 파충류와 조류를 놓치지 않고 찾아줬다. 심지어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 '코끼리 귀'를 발견했다. 코끼리 몸통은 수풀 속에 가려져 있으니, 귀라도 보라고 한다. 코끼리의 몸통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를 찾았냐니까, 아프리카인 눈에는 다 보인다고 한다. 정말이지 가이드의 시력은 따라잡을 수가 없다.


     





▲수풀 속에서 찾아낸 희귀 개구리

▲폴(막대기) 하나로 앞으로 나가는 전통배 모코로 











 그렇게 두 시간 넘게 습지를 흘러 흘러 겨우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큰 나무 밑 그늘에 도착하자마자 아프리카 커피를 타 주며 쉬라고 한다. 아프리카 최대 습지 한가운데서 자연을 느껴보란다. 커피 한잔과 함께! 이런 투어는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늘 커피를 사람들이 북적이는 프랜차이즈점에서 사 먹었다.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기 커피숍은 항상 북적였다. 



 그런데 오카방고 델타의 어느 큰 나무 아래서 커피 한잔이라니. 지금까지 먹어본 커피 중 가장 '평온한 맛'이다. 적당한 바람과 적당한 온도, 적당한 풍경! 아마 이곳이 눈 돌아갈 만큼 예쁘게 꾸며져 있었더라면, 커피 맛은 느끼지도 못하고 눈만 돌아갔을 거다. 



 항상 그랬다. 인테리어가 훌륭한 커피숍에 가면 사진 찍느라 바빴다. 커피 맛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예쁜 소품과 풍경이 담긴 사진만 휴대폰에 가득했다. 가이드가 돗자리까지 내어준다. 오늘은 바람이 적당히 좋으니 누워보라고 한다. 하늘 반, 수풀 반, 그 중간 어디쯤엔 동물들이 왔다 갔다 하는 커피숍. 여기는 오카방고 델타 커피숍이다. 


 





▲커피가루와 물만 있으면 '평온한 커피'한잔 뚝딱 만들 수 있다.


▲큰 나무 아래, 커피숍 모습




▲모코로를 모는 방법을 배우며 여유를 즐겼다.









 커피타임이 끝나고 워킹 사파리를 하러 갔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사파리 투어는 차에서 내리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오카방고 델타 안에서는 걸으면서 동물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워킹 사파리다. 넓은 초원을 따라 동물을 만났다. 물론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지는 않았지만, 차에서 봤을 때랑은 다른 맛이다. 워킹 사파리가 끝나고 또다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오카방고 델타 커피숍에서 쉬었다. 



 너무 안타깝다. 오카방고 델타 투어 여행사 사장들은 거의 백인이다. 실제로 모코로를 노 저어 투어를 시켜 주는 사람은 흑인인데 말이다. 여행객이 지불하는 돈은 거의 백인 사장이 가져가고, 흑인 가이드들은 정말 적은 돈을 가져간다고 한다. 백인 독점 형식의 운영이다. 우리는 이 투어를 위해 하루에 850 보츠와나 폴라를 지불했다. 


 가이드 아저씨는 여행사를 통해 하지 말고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면 400 폴라라고 한다. 반값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떼 가는 것인가.  이 대자연 속의 커피숍이 수수료라는 굴레에 있다니. 가이드에게 다른 한국인 여행객을 소개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왠지 다른 사람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커피숍이다. (물론 실제 커피숍이 아닙니다^^  오카방고 델타 안에서 즐긴 커피타임을 커피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오카방고 델타에 관한 여행상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시끄러운 잡음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불편한 시선도 없었다. 적당한 온도와 바람뿐이었다. 푹신한 소파도 아닌 흙바닥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시원하고 편안했다. 



▲워킹 사파리 중 만난 얼룩말

▲속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습지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삼각주로 2014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영구 습지대와 계절에 따라 범람하는 평원으로 이뤄져 있다. 바다로 물이 흐르지 못하고 내륙에서 발달한 삼각주로, 지극히 희귀한 사례 중 하나다. 치타나 흰 코뿔소, 아프리카 들개 등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고향이다. 이 곳의 특징은 건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연조건 덕분에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었다. 

           

 모코로(Mokoro)는 원주민의 전통 통나무배다. 흑단나무의 통나무 안쪽을 파내 만든 작은 배다. 모코로를 모는 사람을 폴러(Poler)라고 부른다. 모양은 언 듯 카누와 비슷하다. 폴러는 모코로 노 젓기와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아 대대로 일한다고 한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하단의 YES24 링크타고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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